[공무원-벤처 유착 실태와 수법]뇌물대신 주식

  • 입력 2001년 8월 8일 06시 02분


중소기업 관련기관 직원들이 벤처기업의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대출심사 등을 해준 뒤 이들 기업의 주식을 매입해 거액을 챙긴 감사원 감사결과는 벤처기업과 관련공직자의 유착소문이 사실이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이 퇴직금까지 털리는 마당에 이들은 유망 벤처기업과 유착해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대박을 터뜨렸다.

▽실태 및 수법〓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에 정부 정책자금 대출→관련 직원에 대한 미공개 주식 매입기회 제공→코스닥 등록 후 주가 급등으로 차익 실현.

감사 결과 나타난 이들의 주식 거래수법은 대부분 이 같은 과정을 밟았다. 특히 싸이버텍홀딩스(싸이버텍)로부터 편법으로 미공개 주식을 받아 모두 22억5000만원의 매매차익을 거둔 중소기업관리공단 직원 10명의 행태는 충격적이다.

서울지역본부 사업지원팀 3급직원 김모씨(49)는 98년 10월 싸이버텍이 구조개선사업 용도로 2억원의 대출을 신청하자 실태조사에서 대출적격기준(70점)을 넘는 71.5점으로 평가했다. 이에 싸이버텍은 코스닥 등록을 두달 앞둔 99년 6월 유상증자를 하면서 “회사가 어려울 때 대출이 큰 도움이 됐다”며 공단직원들에게 기관투자가와 같은 조건으로 전체 신주의 10%인 5000주를 4만원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김씨는 배정받은 5000주 중 자신의 몫으로 1000주를 뗀 뒤 자신과 친분이 있거나 업무상 연관된 공단 상사와 동료직원 9명에게 4000주를 나눠줬다. 이후 코스닥에 상장된 싸이버텍 주식은 10분의 1로 액면분할된 뒤 주당 최고 23만여원(액면가 5000원 기준 230만원)까지 뛰어 이들은 앉아서 1인당 3400만∼6억4900만원의 매매차익을 올렸다.

김씨로부터 1250주를 배분받아 4억1900만원의 차익을 올린 상사 김모씨는 이후 직원 비리를 감시하는 본부 감사실장에 임명됐다.

▽‘솜방망이 처벌’〓감사원 감사결과를 통보받은 중소기업청 등은 당사자들에게 감봉 3개월과 주의 경고 등 가벼운 처벌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었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직무와의 연관성이나 반대급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관련 직원 2명을 무혐의 처리했다.

그러나 이들이 대출심사 등을 해준 벤처기업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직무를 이용해 해당기업에 편의를 제공한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동규(崔棟圭) 중소기업청장은 “감사원에 적발된 우리 직원 1명의 경우 차익 규모가 크지 않아 경징계에 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대출심사 등에서 기업체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주식을 취득한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할 수 있지만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공무원법상 청렴의무 위반으로 징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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