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직무이용 변칙 벤처투자

  • 입력 2001년 8월 8일 06시 02분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직원 15명이 코스닥시장 등록을 앞둔 벤처기업에 대출 심사 등을 해준 뒤 이들 기업의 미공개 주식을 헐값에 매입, 수십억원대의 매매차익을 챙긴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그러나 해당 기관들은 이들을 감봉 주의촉구 경고 등 가벼운 징계에 그쳐 ‘봐주기’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이 7일 국회 예결특위 소속 심재철(沈在哲·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진흥공단 서울지역본부 사업지원팀 직원 김모씨(3급) 등 직원 10명은 99년 6월 싸이버텍홀딩스 주식 5000주를 2억원에 매입, 이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등록한 뒤 팔아 22억5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김씨는 98년 10월 싸이버텍홀딩스에 대출 적격 평가를 해준 뒤 이 회사의 유상증자분 주식의 10%를 배정받아 서울지역본부장이던 김모씨(현 공단 감사실장·1급) 등 상사와 동료직원 9명에게 이를 매입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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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단 충북지역본부 직원 곽모씨(3급)와 고모씨(5급)는 지난해 4, 5월 ㈜월드텔레콤에 대해 2차례에 걸쳐 19억9800만원의 자금지원 심사를 한 뒤 이 회사의 미공개주식 2500주를 매입했다가 되팔아 1억5900여만원의 차익을 올렸다.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정책국 기업진흥과 직원 김모씨는 인천지방중소기업청에 근무하던 98년 10월 ‘태창메텍’을 한국은행 특별지원 대상업체로 선정한 뒤 코스닥 등록을 추진중이던 이 회사 주식을 공모가(2만2000원)보다 싼 1만원에 1000주를 매입, 1830만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3월12일부터 4월9일까지 ‘공직자 유관기관 주식취득관련 비리’에 대한 감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적발, 해당기관에 징계를 요구했으나 해당 기관은 이들을 △감봉 1명 △견책 1명 △경고 1명 △주의 촉구 10명 △무혐의 처분 2명 등 경미한 조치를 취했다.

심 의원은 “이 정도의 사안이면 감사원은 검찰에 관련자들을 고발해 형사처벌을 받게 했어야 한다”며 “적발사실을 쉬쉬한 채 해당기관에 징계조치만 요구한 감사원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선대인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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