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파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500억 새사옥 매입 추진

  • 입력 2001년 7월 27일 00시 23분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난 상황에서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운영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서재희·徐載熹)이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아 500억원대의 새 사옥 매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심평원은 병의원과 약국에서 진료비를 청구하면 이를 심사해 부당청구를 가려내는 역할을 하는 기구로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건강보험회관(15층)에서 보험공단과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26일 “사무실 공간이 비좁아 직원들이 다른 빌딩으로 분산돼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새 사옥 매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920명인데 의약분업 이후 부당청구 감시를 위해 300여명의 계약직 직원이 추가로 채용돼 정상적으로 업무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

심평원은 또 “건물 매입 비용 500억원은 자체 기금 350억원과 보험공단 건물 심평원 지분 150억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면서 “5월말 복지부로부터 사옥구입 승인을 받아 건물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84년 보험공단과 함께 현재 입주해 있는 건물을 당시 공무원 교직원의보와 공동으로 구입했기 때문에 24%의 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보험재정이 파탄난 상황에서 굳이 500억원을 들여 사옥을 매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많다.

사회보험 노조는 최근 성명을 발표, “비좁은 사옥 때문에 진료비 심사를 제대로 못했느냐”고 반문하면서 “심평원의 자체 기금 350억원은 의보통합 이전에 각 의보조합이 낸 회비로 이 돈은 보험재정에 넣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위층의 인척으로 국회에서 ‘행정능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서재희 원장이 자신의 퇴진을 조건으로 사옥 매입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3월5일 심평원측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사옥 이전 요청을 해 왔다”면서 “여러가지 논란이 많았지만 5월22일 사옥 이전에 따른 세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추진하라는 승인서를 내주었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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