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경찰 감전사 논란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33분


집중폭우가 내린 15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앞길에서 차례로 숨진 홍순후군(18) 등 3명이 가로등에서 흘러나온 전기에 감전돼 사망했다는 경찰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홍군 등의 사망원인에 대해 서울시 자체 조사반이 22일 “현장 여건상 감전사로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를 보인 것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서울시와 유가족들 사이에 감전사 사고경위를 둘러싼 축소의혹 공방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26일 “진흥아파트 앞길에서 사망한 3명 중 2명에 대한 부검결과 2명 모두 전류흔이 나타났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를 근거로 감전에 의해 실신한 뒤 익사했다는 소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소견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할 때 가로등 전기시설물에서 흘러나온 전기가 사망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 앞에서 숨진 이모군(19)의 사인을 조사중인 노량진경찰서도 이군의 폐에서 약간의 물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전기에 감전돼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익사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한편 감전사고 희생자 유가족협의회는 2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가 감전사가 분명한 사망자들에 대해 단순 익사사고로 사인을 추정,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며 정부 차원의 특별조사와 대책수립을 촉구했다.

유족들은 “주변상황이나 경찰 조사, 목격자의 증언 등에 비춰볼 때 감전사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서울시가 가로등 누전과 관련 없는 사망사고로 섣불리 단정해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 감전사고 조사반은 가로등에 기술적 결함이 있는지 여부만을 조사했을 뿐”이라며 “사인조사는 경찰 소관인 만큼 경찰의 수사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철·민동용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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