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산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매주1회 관찰모임 개최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59분


“은결이 엄마, 저 나무가 생강나무예요?” “이파리를 비벼서 냄새가 나면 생강나무가 맞을 거예요.”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6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건너편 고봉산(해발 208.8m) 중턱.

고혜수씨(41·여)를 비롯한 신도시 주부 10여명이 수첩에 나무의 종류와 상태를 기록하고 카메라로 현장을 담아내느라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낼 새도 없이 바쁜 모습이다.

주부들은 나뭇잎을 이불 삼아 몸을 숨기고 있는 나방의 유충도 찾아낼 만큼 꼼꼼히 주변을 관찰했다. 이들은 ‘고봉산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 회원 주부들로 매주 금요일마다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일산신도시의 허파’로 불리는 고봉산의 생태환경을 관찰하고 있다.

일산신도시 북쪽에 자리잡은 고봉산은 신도시 개발로 야산과 개울이 모두 사라진 이후 일산의 가장 중요한 생태지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논술지도 교사인 고씨는 가족들과 자주 찾는 고봉산을 체계적으로 관찰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자신에게 자녀를 맡긴 학부모들이 동참하면서 본격적인 자생 시민단체를 꾸리게 된 것.

5월 발기인 모임을 거쳐 지난달에는 정관을 작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매주 한차례 관찰모임을 개최하고 있다.

회장인 고씨는 “종전에는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꼼꼼히 관찰하고 변화하는 생태에 눈길을 주다보니 고봉산이 내 것처럼 느껴진다”며 “일산주민들이 사랑하는 고봉산이 오래도록 훌륭한 생태환경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씨를 비롯한 주부들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자녀들의 모임도 만들어 주었다. ‘산도깨비’로 이름 붙여진 자녀모임은 매주 토요일에 고봉산에서 열린다. 30여명의 어린이들은 ‘엄마 선생님’들과 고봉산에 올라 나무 이름을 배우고 산딸기를 따먹기도 한다.

매주 2, 3회씩 아이들과 고봉산을 찾는 최수연씨(41)는 다른 회원보다 조금 더 큰 욕심을 갖고 있다.

“산을 찾을 때마다 매번 조금씩 산허리가 잘려가고 나무가 쓰러져 있어 안타까워요. 우리아이들에게 나무가 울창한 고봉산을 돌려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어요.”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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