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붐가뭄 몸살…목타는 들녘 하늘만 본다

  • 입력 2001년 5월 28일 18시 45분


유례 없는 봄가뭄이 계속되면서 전국의 들녘이 타들어 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농민들의 마음도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곳곳에서 밭작물이 말라비틀어지고 식수마저 구하기 어려워 소방차로 실어나르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철원 연천 동두천 등 전국에서 가뭄이 가장 심한 경기북부 지역의 경우 올 봄 들어 평균 강우량은 30㎜ 안팎. 예년(평균 190㎜)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28일 현재 전국적으로 90% 안팎의 모내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천수답 농가는 제때 모내기를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가뭄이 계속될 경우 이미 심은 모도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북 청송군 안덕면 명당리의 농민 김모씨(70)는 “당장 큰비가 오지 않으면 올해 벼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밭작물은 말 그대로 타들어 가고 있다. 이날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관음 들녘은 가뭄과 30도가 넘는 이상 고온으로 마늘잎이 흉하게 말라비틀어지고 있었다. 의성군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30㎜ 이상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다음달 중순 수확할 마늘의 상당량이 고사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안동시에서는 가뭄으로 각종 밭작물에 잎마름병이 번져나가고 있다.

먹는 물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현재 전남지역의 경우 신안 완도 강진 등 지방상수도 공급지역 8998가구 2만7000여명과 여수 영광 등 간이상수도 지역 560여가구 1600여명이 제한급수를 받고 있다.

▼식수고갈…급수차로 버텨▼

여수시 남면 화정면 삼산면 492가구 주민 1460여명은 하루 30분 급수로 하루를 버티고 있으며 경북 안동시 풍산읍, 의성군 안평면 등 5개 지역 150여가구 500여명은 한달 전부터 소방차가 날라주는 물을 공급받고 있다.

물을 찾기 위한 노력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충북 충주시는 87년 폐쇄된 노은면 지역의 폐광 지하 40m에 있는 물을 찾아내 수중모터로 퍼올리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한세대 전에나 볼 수 있었던 ‘물꼬싸움’이 재연되고 있다.

한탄강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해주는 고문양수장 상류 지역인 경기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와 신답리 일대 주민들은 21일 한평생 이웃사촌으로 지내온 하류지역 은대리 통현리 주민들과 처음으로 물꼬싸움을 벌였다.

▼인심도 메말라 '물꼬싸움'▼

충북 보은군 수한면 소계리에서도 거현천 상류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하류에서 물을 대는 농민들 사이에 물싸움이 벌어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가뭄으로 사나워진 농심을 달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충북 진천군은 다음달 2∼3일 열기로 한 제2회 농다리축제를 무기 연기하기로 했다. 괴산군도 교양강좌와 체육대회 선진지 견학 등 각종 행사를 중지하기로 했고 영동군은 공무원들에게 법무교육 등을 취소하고 그 시간에 들녘으로 나가 일손돕기 활동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충주지역 군부대는 예비군 훈련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대구·청주·의정부〓이혜만·지명훈·이동영기자>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