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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16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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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장한 수원 월드컵경기장을 바라보는 현장소장 두 사람은 감회가 남다르다.
화성(華城) 축조 이후 수원 최대의 역사(役事)로 꼽히는 월드컵경기장을 시공한 삼성물산㈜ 토목부문 전민하 현장소장(47)과 건축부문 박흥석 현장소장(43)이 모두 수원 출신이기 때문. 전 소장이 수원공고, 박 소장이 수원고를 졸업했으니 수원 토박이 두 사람의 합작품이나 다름없다.
그런 탓에 두 사람은 “13일 내장객 4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개장식을 가질 때 가슴이 벅차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말했다.
이들이 수원 월드컵경기장 현장 사령탑을 맡게 된 것은 우연이었지만 두 사람은 “필연”이라고 말한다. 전 소장은 “81년 입사동기지만 한번 만난 적도 없었고 다른 지역에서만 일을 해왔는데 고향에서 함께 일하게 됐으니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토목공사와 건축공사가 동시에 진행돼 현장소장간에 팀워크가 맞지 않으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들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문제들을 ‘형’ ‘동생’ 하며 풀어냈다. 전 소장은 “지난해 10월 경기장 지붕공사와 잔디이식공사가 겹치게 돼 마찰이 불가피했지만 서로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해서 무난히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둘이 이 공사에 들인 노력은 고향이기에 더 남달랐다.
축구장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박 소장은 98년말 현장소장으로 부임하기 전 1년여 동안 외국 4개국 10여개 축구장의 설계와 시공과정을 샅샅이 조사하는 등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다. 전 소장은 최상의 잔디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유럽 프로축구장과 미국의 야구장 등 15개국의 주요 경기장을 벤치마킹하는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개장까지는 두 차례의 공사중단과 자금난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97년에는 삼성전자가 지어 수원시에 기부하기로 하고 공사를 시작했지만 외환위기로 인해 손을 떼 공사가 6개월간 중단됐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다시 맡아 공사 재개에 들어갔지만 설계변경을 하는 바람에 3개월간 또 공사를 중단했다. 공사 처음부터 지금까지 5년간 현장을 지킨 전 소장은 “공사가 중단되고 회사에서 철수까지 검토할 때는 입술이 타들어갔다”고 회고했다.
경기장 공사를 책임진 박 소장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새 날개를 본뜬 지붕공사. 박 소장은 “설계대로 시공했지만 기둥 없는 60m 길이의 지붕이 제대로 버텨줄지 걱정이 앞섰다”며 “개장식을 무사히 치르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고 말했다.
요즘 두 사람은 내외부 인테리어와 조경 등 마무리공사에 신경을 모으고 있다.
전 소장은 “하루 개장했는데도 화장실 벽에는 낙서가 가득하고 조경수 훼손, 불법주차로 공사 중인 광장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월드컵 개최 국가에 걸맞은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수원〓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