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중 부모여읜 이성 전시정개혁단장

  • 입력 2001년 4월 30일 19시 44분


“어머니께서…. 저를 많이 찾았던 것 같아요…. 일찍 들어오려고 했었는데….”

지난해 탄탄대로를 걷던 공무원의 길을 잠시 접고 ‘재충전과 가족 찾기’를 위해 무작정 세계여행을 떠나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이성(李星·45) 전 서울시 시정개혁단장. 여행을 떠난 지 닷새 만에 부친을 잃고 10개월 만인 29일, 어머니마저 노환으로 숨을 거두자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끝내 이기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다.

그가 세계여행에 나선 것은 지난해 7월 초. 무급 휴직원을 내고 아파트 전세금 9000만원 정도를 털어 ‘여행 경비’를 마련했다.

아내와 두 아들 및 처조카를 동행하는 1년간의 여정이었다.

부친상을 당했을 때 그는 형제들의 만류로 귀국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여행을 중계하는 웹사이트(www.webtour.com)를 통해 “아버지가 불룩해진 배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나에게 어서 가보라고 따뜻한 눈길을 보냈다”며 “내가 탄 비행기는 ‘홍콩행’이 아니라 ‘불효행’이었다”고 토로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었다.

최근 들어 어머니의 건강이 부쩍 나빠졌다는 형제들의 이야기에 그는 몇 번이나 귀국을 망설였다. 27일 여행지인 멕시코에서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부인만 동행한 채 급거 귀국해 다행히 어머니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

지난해 부친상 이후 그의 인터넷 여행기는 조회수가 편당 수백건에 이르고 격려편지가 쇄도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렌터카를 도난 당해 이를 하소연하러 찾았던 현지 대사관의 불친절 사례를 인터넷에 상세히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행을 계속할지는 장례가 끝난 다음에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화여대 목동병원에서 입관식을 마치고 나온 그는 ‘가족 찾기’를 위해 떠난 여행중 소중한 가족 2명을 잃은 슬픔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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