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 못갚아 팔려 갔어요" 신체포기각서 쓴 여성

  • 입력 2001년 4월 10일 18시 56분


‘정해진 날짜까지 150만원을 못 갚으면 내 몸을 마음대로 해도 좋습니다.’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며 ‘신체포기각서’까지 써준 한 여성이 끝내 돈을 갚지 못해 지방의 티켓다방으로 팔려 다닌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김모씨(21·여·무직)는 컴퓨터 구입과 휴대전화 통화료 등 때문에 200만원의 신용카드 빚을 졌다. 몇 달째 카드사의 독촉에 시달리다 간호조무사 일도 그만뒀다. 다른 직장을 구하려고 학원에 다니던 김씨는 몸이 아픈 어머니에게 차마 손을 벌릴 수가 없었다.

김씨의 유일한 희망은 서울의 한 지하철역 입구에서 받은 사채업자의 ‘급전대출’ 명함. 하지만 처음 찾아간 서울 영등포구의 사채업자는 “담보도 신용도 없어 안되겠다”며 다른 사채업자 김모씨(41·서울 광진구 중곡동)를 소개해줬다.

그러나 사채업자 김씨는 ‘신체포기각서’를 쓰라고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2월 24일 2개월 만기 월 100%의 이자로 150만원을 빌린 김씨에게 사채업자 김씨는 4일 만에 협박전화를 걸어왔다. 신체포기각서를 들먹이며 “돈을 갚지 못하면 다방 단란주점 안마시술소 중 한 곳으로 팔아 넘기겠다” “지켜보니 직장도 못 구해 돈 갚기 어려우니 차라리 내가 소개한 다방에서 일해라” 등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는 협박.

김씨는 결국 돈을 빌린 지 13일 만인 지난달 8일 자신이 빌린 원금과 이자 450만원을 대신 갚은 충남 당진의 한 티켓다방으로 팔려갔다. 술자리에서 소극적인 김씨는 닷새 만에 510만원에 경기 양평의 또 다른 티켓다방으로 넘겨졌다.

양평으로 가기 며칠 전 김씨는 “옷가방을 가져오겠다”며 3월초 서울로 빠져나왔지만 이미 김씨의 몸값을 지불한 티켓다방측과 사채업자 김씨측이 계속 김씨 집 주변을 맴돌아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견디다 못해 7일 경찰에 신고한 김씨는 “별생각 없이 써준 신체포기각서가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0일 사채업자 김씨에 대해 부녀매매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충남 당진의 티켓다방 주인 안모씨(46·여)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사채업자 김씨가 신체포기각서를 받은 뒤 유흥업소 등에 팔아 넘긴 여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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