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투 대부' 서갑수회장 수사…한국기술투자 주가조작 혐의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30분


대표적인 창업투자회사인 한국기술투자(KTIC)의 서갑수(徐甲洙·55·사진)회장이 역외펀드를 통해 회사 명의로 조성한 자금을 국내에서 주식에 투자한 뒤 수익금 일부를 횡령하거나 회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리타워텍의 주가조작 혐의 등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이승구·李承玖부장검사)가 24일 한국기술투자 관리부문 사장 방한정씨(50)에 대해 발부받은 구속영장에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서회장은 방사장 등과 공모해 96년 말레이시아에 역외펀드인 아시아 퍼시픽 앨리언스 인베스트먼트(APAI)를 설립, 한국기술투자가 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조성한 2000만달러를 국내에 들여와 국내 기업인 H시스템 등의 주식에 투자했다.

서회장은 주식투자를 통해 6117만여달러의 이익을 얻었으나 이익금을 회사에 귀속시키지 않고 방사장, 유원희 이사와 함께 3 대 1 대 1의 비율로 나누어 횡령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서회장 등이 얻은 6117만달러의 이익속에는 99년 APAI가 주당 0.75달러에 구입한 아시아넷 주식 200만주를 지난해 3월 한국기술투자에 주당 5달러에 팔아 마련한 1000만달러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 돈은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설립한 ㈜주송을 통해 현금화했다고 밝혔다.

또 서회장과 방사장 등은 한국기술투자가 발행주식 40%를 인수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에이스디지텍으로 하여금 은행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주송에 150억원 상당의 담보를 제공토록 하는 등 지난해 말까지 수차례에 걸쳐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서회장 등은 이 과정을 통해 주송이 대출받은 돈 가운데 134억원으로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한국기술투자 주식 400여만주를 사들이는 등 주가를 고정시킬 목적으로 매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서회장이 현재 잠적중이며 법무부를 통해 출국을 금지시키고 추적중이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서갑수회장은 누구〓서갑수(徐甲洙·55) 한국기술투자 회장은 ‘한국 벤처캐피털의 1세대’ 대표주자로 꼽히는 인물. 서울대 화공과,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충주비료, 호남석유화학 등을 거쳐 86년 한국기술개발(현 KTB네트워크)에서 분사한 기술투자의 대표이사 자리를 맡았다. 현재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 회장, 한국기업인수합병(M&A) 네트워크 회장을 맡고 있다. 마른 체격에 날카로운 인상, 어눌한 말투가 특징이며 이해득실에 철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말부터 불법투자와 관련해 검찰 수사설이 퍼지는 등 비리와 연루돼 구설수에 올라 있었다. 그는 올해 투자자산 1조원을 달성해 KTB네트워크를 제치고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이 되겠다고 호언해왔다. 현재 한국기술투자의 지분 17.1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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