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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6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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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영웅’ 6명의 합동영결식이 6일 오전8시 서울시청 뒷마당에서 엄수됐다.
서울소방방재본부장으로 거행된 이날 영결식은 소방공무원, 의용소방대원, 일반시민 등 4000여명이 참석, 유족들의 오열 속에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김광수(金洸洙) 소방방재본부장은 영결사에서 “평소 화재와 각종 재해 재난의 현장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고락을 함께 해온 그대들을 잃은 비통함을 참기 어렵다”며 “고인들의 살신성인과 희생봉사의 업적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순직자들이 몸담았던 서울 서부소방서 박노태(朴魯泰) 서장이 고인들의 생전약력과 활동상을 흐느끼며 소개하는 동안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일부 유족은 고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다 실신하기도 했다.
추도사가 끝나자 소방악대의 조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유족과 조문객들은 영정 앞에 헌화했으며 이어 육군 56사단 의장대가 21발의 조총으로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영결식에는 고건(高建) 서울시장,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과 박상규(朴尙奎) 사무총장, 한나라당 박주천(朴柱千) 의원 등 여야의원과 김명자(金明子) 환경부장관, 이팔호(李八浩) 서울경찰청장, 이용부(李容富) 서울시의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고건 시장은 순직 소방관들에게 1계급 승진을 추서했다.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행렬도 이어졌다.
남대문시장 상인 김영환씨(51)는 “요즘처럼 자기밖에 모르는 세상에서 몸을 던져 임무를 완수한 소방관들의 마지막 가는 길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먼발치에서나마 명복을 빌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3000여명 정도로 예상했는데 일반시민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1000여명이 더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순직 소방관들의 유해는 서부소방서를 거쳐 경기 고양시 벽제시립화장장에서 화장됐다. 이들의 유해는 7일 대전국립묘지에 가봉안된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식 안장된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순직 김기석씨 "내목숨 던지는 이 성직에 만족"▼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내 한목숨 선선하게 내던질 수 있다는 것, 나는 이것도 하나의 성직(聖職)으로 여긴다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김기석씨(43)의 남다른 사명감과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한 E메일 내용이 6일 알려져 다시 한번 숙연한 마음을 갖게 한다.
김씨는 지난달 1일과 11일, 16일 세차례에 걸쳐 원광대 후배인 김모씨(37·여·전북 전주시 삼천동)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의사의 역할도 남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임에 틀림없지만 자신을 내던지면서 구하지는 않는다”며 “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 수 있는 이 직업에 만족한다”고 썼다.
그는 이어 “아무리 하찮은 일로 출동을 나갔을 때도 시민들에게 눈총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산다”며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이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나 같은 의식으로 무장돼 있고 그렇기 때문에 남다르게 동료의식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사람이 살면서 직장에서든 개인적인 사유로든 사선(死線)을 넘나들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왜 문밖이 저승이라는 말이 있잖아/ 무너지는 건물의 잔재에 파묻혀 보기도 하고 성난 불길의 혓바닥에 올라 보기도 했고…/ 하지만 인간사 모두 하늘의 뜻이라고 주어진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사는 그날까지 열심히 살다가 간다면 내세에 좋은 인연으로 좋은 몸을 받고 태어나지 않을까?”
한달 뒤의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듯한 내용 같다.
그는 전북 군산 출신으로 15세때 아버지를 여의고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해병대에 자원 입대, 7년간 해병수색대 하사로 복무하면서 야간 고교를 거쳐 원광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전주〓김광오기자>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