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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18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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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일본 도쿄(東京)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술 취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李秀賢)씨의 부모에게 함께 숨진 일본인의 아버지(74)가 사죄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는 이씨가 다니던 일본어학교 아카몬카이(赤門會)의 이사장을 통해 17일 부산에 있는 이씨의 부모에게 전달됐다.
이와테(岩手)현에 살고 있는 일본인 노인은 편지에서 “제 자식 때문에 아드님이 돌아가시게 되어 아비로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사죄를 드립니다”고 이씨 부모에게 거듭 사죄의 뜻을 표시했다. 고령으로 병석에 누워있는 이 노인은 자식이 원인이 된 사고 때문에 드러내놓고 자식을 잃은 슬픔을 표현하지도 못하는 상황. 20여년 전 자신의 뒤를 따라 어부로 일하던 장남이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조난당해 목숨을 잃었으며 부인도 그 충격으로 2년 후 병사하는 등 거듭 불행을 겪었다. 전철역 사고로 죽은 사람은 셋째아들.
그는 사고 직후 자식의 죽음도 충격이었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이수현씨의 부모가 오열하는 모습을 보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바보같이… 이번 사고의 원흉은 바로 너다”라며 죽은 아들을 책망하기도 했다.
편지를 받아본 이씨의 부친 이성대(李盛大)씨는 “그분도 자식을 잃은 심정은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부모님께 무슨 죄가 있겠느냐. 부디 병석의 몸을 돌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