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성폭력 꺼지지 않은 '불씨'…성추행 장성 재심청구

  • 입력 2001년 2월 16일 18시 46분


지난달 초 육군 ○사단장이 부하 장교인 여군 A중위를 성추행한 사건을 계기로 군(軍)내 성폭력문제가 본격적인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군들은 예비역 여군 및 여성단체들과 연대해 사건 당사자인 김모소장(육사28기)에 대한 처벌과 함께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다음 주 중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국방부를 항의 방문하고 군내 성폭력 실태조사 및 피해방지기구 구성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일부 여성 국회의원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성추행사건 이후〓김소장에 대한 군의 징계(정직 3개월) 이후 사건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김소장은 15일 징계에 불복하고 국방부 항고심사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김소장에 대한 군 일각의 구명운동도 본격화됐다. 특히 A중위를 비난하고 그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담은 괴문서까지 나돌았다.

여군들 사이에서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군인이라는 신분상 제약 탓에 현역 여군들은 일단 한 걸음 물러났으나 예비역 여군들을 중심으로 A중위의 명예회복 등을 요구하는 조직적 대응이 벌어지고 있는 것.

피해자인 A중위측도 김소장과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검토키로 했다.

▽군 안팎의 뜨거운 논쟁〓한국성폭력상담소가 7일 인터넷 홈페이지(www.sisters.or.kr)에 이 사건과 관련, ‘군대 내 성폭력을 말한다’라는 토론방을 개설하고 A중위 어머니의 심경을 띄우자 군내 성폭력문화에 대한 비판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여군들은 “장군이 회식 후 차를 마시면서 양팔로 안고 볼을 비비더니 티셔츠 사이로 10만원짜리 수표를 넣었다”(현역 여군대위) “장군이나 여군 상관과 이해관계가 있는 남자들의 회식자리에 끌려나가는 여군 하사관들은 ‘기쁨조’라고 불렸다”(예비역 여군하사)는 등 성추행을 당한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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