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수사 어떻게]비자금수사 '불씨'로 남을듯

  • 입력 2001년 2월 1일 18시 35분


대우그룹 분식결산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설거지’ 수사라고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기본적인 조사를 마무리한 뒤 고발한 사안을 하나하나 확인해 범죄성립 여부와 사법처리 범위 등을 정한 것이다. 따라서 수사에서 새로 밝혀진 내용은 별로 없다.

관심의 초점은 분식결산 자체보다는 외화밀반출 및 비자금 조성혐의에 대한 수사와 김우중(金宇中) 전회장의 귀국 및 사법처리 여부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 사건은 단순한 경영비리에서 정경유착과 재벌비리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도 대우 계열사의 자금 실무자들을 상대로 10조원 이상으로 보이는 비자금의 조성여부와 사용처를 끈질기게 추궁하고 관련계좌도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해서 대우측이 97, 98년 해외사업에 투자했다고 회계장부에 기재한 수조원대의 금액 중 상당액이 해외 현지 사업장에 투자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우자금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 전회장이 해외에 체류 중인 데다 해외계좌에 대한 추적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2일 나머지 계열사 사장들을 구속한 뒤 진행될 전망이다. 국내에서의 비자금 조성과 사용처, 횡령 등 개인비리가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97년 이전의 그룹 실세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 같다. 수사 관계자는 “김 전회장의 핵심 측근과 실세들은 97년 이전의 인물들”이라며 “이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수사는 ‘설거지’ 수준을 넘어 새로운 ‘사냥거리’를 찾는 단계로 넘어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사는 어디까지나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상의 어려움과 함께 해외계좌 추적시의 외교문제, 김 전회장측의 반발 등이 예상되는 데다 정 관계 로비의혹으로 번지는 것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분식회계에 가담한 회계사도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해 주목을 끌었다. 분식회계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부실 기업주가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적은 있지만 회계사가 기소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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