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 부실기업주 178명에 손배訴 추진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8시 58분


박영일(朴泳逸)전 대농그룹 회장과 나승렬(羅承烈)전 거평그룹 회장, 김호준(金浩準)전 나라종금 회장 등 퇴출 금융기관에 빚이 있는 기업 관련인 178명이 빚을 갚지 않기 위해 615억원 규모의 재산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예금보험공사는 27일 공적자금이 들어간 퇴출 금융기관에 손실을 끼친 사람들로부터 채무를 회수하기 위해 올 4월부터 보유재산 현황을 조사해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예보는 부실 기업주와 임원이 595억원을 숨겼고 퇴출종금사 대주주 2명이 20억원의 재산을 각각 빼돌렸다고 설명했다. 예보는 이들 부실 관련자들이 숨긴 재산에 대해 가압류 등 채권 보전조치를 하고 은닉재산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사해(詐害)행위 취소소송을 냈다.

예보가 퇴출 금융기관 임직원이나 대주주가 아닌 채무기업 관련인에게 부실책임을 물어 법적 조치를 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천수(金千洙) 예보 이사는 “부실 기업주와 임원은 회사 명의로 돈을 빌릴 때 연대보증을 섰기 때문에 대출금 상환 의무가 있다”며 “빚을 안 갚으려고 금융기관이 영업정지되거나 회사가 부도를 맞는 날을 전후해 가족과 친구 등에게 증여하거나 파는 수법으로 재산을 빼돌렸다”고 말했다.

새한종금의 대주주이자 연대보증 채무자(채무액 1000억원)인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은 새한종금이 영업정지되기 석달 전인 98년 2월20일 서울 강남의 시가 7억원의 아파트를 처남 명의로 처분금지 가처분조치한 다음 같은해 12월 처남에게 소유권을 넘겼다가 다음해 1월 제3자에게 판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는 부실을 초래한 기업주 등 관련자에게 손해배상청구 등 철저한 책임추궁을 할 계획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