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파업대책]한빛-신한-企銀 예금 代지급

  • 입력 2000년 12월 25일 23시 25분


국민 주택은행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개인 고객의 불편이 가중되고 영세업체의 연쇄부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양 은행은 고객이 2800만명에 이르고 소매금융과 영세업체 대출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금결제가 몰리는 연말이라는 점도 겹쳐 7월 은행 총파업 때보다 충격이 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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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에 따라 한빛 신한 기업은행을 사상 처음으로 예금 대(代)지급 은행으로 지정해 이르면 26일 오후부터 국민 주택은행 고객들이 예금을 찾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국민 주택은행에 모두 88곳의 통합점포를 열어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금융기관에 두 은행 거래업체의 어음할인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정부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 불편이 심해질 것으로 보고 이르면 26일경 경찰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전국금융노조는 전국대표자회의를 열어 공권력이 투입되더라도 28일 은행 총파업을 강행키로 하고 26일 은행별로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기로 했다.

두 은행 파업으로 인한 후유증은 가계와 기업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서울 중구 신당동의 황모씨(33·주부)는 “주택 중도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금을 해약하러 지난 주말 국민은행에 갔으나 돈을 못 찾았다”며 “고리의 연체료를 물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또 상당수 점포들이 당장 현금화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민 주택은행의 수표나 카드를 받지 않고 있다.

그동안 두 은행에 어음할인이나 네고(수출환어음매각) 등의 방법으로 소액대출을 받아오던 중소수출업체들은 당장 연말 자금운용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연쇄부도까지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날 예금대지급 은행의 지정과 함께 △두 은행 영업점 88곳을 비상 영업체제로 운영하고 △기업은행 농협 금융감독원 인력 475명을 파견하며 △국제업무 영세기업 어음을 할인하는 등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금감원 이만식(李萬植)국장은 “두 은행 고객이 도장 통장 비밀번호를 제시하면 본인 확인을 거쳐 한빛 등 3개 은행에서 예금을 지급하도록 하겠다”며 “26일 오후 늦게 혹은 27일부터 돈을 내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고양시 일산구 일산동 국민은행 연수원은 성탄절인 25일 농성 닷새째를 맞아 파업중인 조합원을 만나기 위한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진 가운데 경찰 투입설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오후 김상훈(金商勳)국민은행장과 협의를 벌였던 국민은행 차장 팀장 협의회는 은행측의 ‘복귀명령’을 거부하고 파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박현진·김승련기자·고양〓이동영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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