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좋은 개살구' 마일리지제도…1천만원 써야 1만원 혜택

  • 입력 2000년 12월 25일 18시 23분


《요즘 광고시장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말은 ‘공짜’ ‘경품’ ‘할인’ 등이다. 신용카드사, 정유사, 백화점, 항공사,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 등은 너나할 것없이 ‘현금을 돌려준다’는 말로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상품을 구입하거나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이를 점수로 누적 환산하는 마일리지(또는 포인트) 적립 프로그램을 실시해 누적 점수만큼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것. 그러나 본보 취재팀의 분석 결과 1만원짜리 냄비 하나를 얻기 위해 1000만원을 써야 하는 등 이들은 실제 이상의 과장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얼마를 써야〓주부 김희숙씨(32·서울 광진구 광장동)는 최근 신용카드 포인트 누적 계산법을 알고는 화가 치밀었다. 광고를 보고 가입한 국민패스 카드는 1000원 당 1점씩, BC 톱카드는 1000원 당 겨우 2점씩 적립돼 2000만원을 사용해야 각각 2만원, 4만원짜리 상품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 게다가 한달 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이 30만원인 김씨가 이들 보너스 상품을 얻으려면 최소 4, 5년은 기다려야 한다.

보너스 항공권, 주유소 카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항공사와 제휴한 각 신용카드사 스카이패스의 경우 1000원 사용 당 1마일(1포인트〓1마일)로 계산하기 때문에 제주도 왕복행 티켓(500마일×2)을 얻으려면 카드 사용액이 1000만원(성수기 1500만원) 가까이 돼야한다.

LG정유카드도 1000만원어치 휘발유를 몇 년을 걸려 넣어야 5만원짜리 상품권 또는 오븐토스터를 받을 수 있다.

▽보너스 고객의 설움〓인터넷서비스업체 홍보책임자인 나성수씨(30)는 “엔크린카드와 LG정유카드로 꼬박꼬박 기름을 넣어 사은품으로 히터 등을 받게됐으나 이들은 2, 3개월 뒤 지정된 기간에 지정된 주유소에서 찾아가라고 해 결국 이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마일리지로 구입한 보너스 항공권도 비행기의 결항이나 지연운항시 대체편 및 숙박편의 등의 관련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는 등 이들 보너스 상품은 대부분 교환이나 애프터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각종 제약으로 ‘그림의 떡’〓현대백화점 카드는 포인트 사용기한을 12월31일까지, 롯데백화점 카드는 다음해 2월까지로 유효기간을 설정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400만원 이상, 롯데백화점은 500만원 이상 구입해야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백화점 매출이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점을 감안할 때 고객들은 기껏 포인트를 모아놓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빅패밀리 LG 레이디카드에 가입한 윤은희씨(29·여)는 “카드가입시 제공받은 5만원짜리 무료식사권을 사용하는 데는 ‘발급 후 2개월 내, 평일에, 지정된 레스토랑에서, 런치세트 안됨, 추가메뉴 주문시 사용, 해당카드 결제시에만, 타 쿠폰 동시사용 불가, 주문 전 쿠폰 제시’ 등 무려 10가지에 가까운 제약조건이 달려있었다”며 실속 없는 서비스를 꼬집었다.

▽대책은 없나〓공정거래위원회 이동욱 소비자보호국장은 “낭비를 부추기는 등 마일리지제도 과장 광고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광고시 ‘당첨 확률’ 등 중요정보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 행정지도와 처벌 등을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마일리지 정보업체인 후즈랜드(www.whozland.com)의 박준익 팀장은 “각 업체가 얄팍한 상술로 고객을 계속 속인다면 온라인 사이트상의 불매운동 등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승훈·성동기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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