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회장 직선제 도입 '시끌'…원로측 간선제 고수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9시 00분


변호사 업계가 그들의 전국모임 대표인 대한변협회장 직선제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상 변협회장은 간선(間選)으로 선출된다. 형식상 전국 13개 지방변호사회는 자체 선거를 통해 별도의 변협회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고 변협회장은 이렇게 추천된 후보를 놓고 변호사 30명당 1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되는 총회가 선출한다.

그러나 서울변호사회 회원수(전체 4233명중 2665명)가 압도적이어서 서울회가 추천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관례. 그래서 변협회장 선거는 ‘서울회만의 축제’로 불린다.

논란은 서울회 박찬운(朴燦運)변호사가 11월20일자 ‘변협신문’의 ‘긴급제언’란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그는 “세상이 모두 민주화돼 가고 있는데 변호사들의 대표가 간선제로 선출된다는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직선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 칼럼이 반향을 일으키자 변협신문 편집위원회는 12월4일 이 문제를 다룬 사설을 싣고 초판 인쇄를 마쳤다. 그러나 이 칼럼은 협회 내 ‘윗선’의 지시로 삭제됐다.

이에 대해 편집위원인 황덕남(黃德南·여)변호사가 “어떤 제도가 옳든 언로 자체를 막는 것은 변호사 집단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위원직을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에 서울회 선관위가 11월14일 회의에서 ‘혼란초래’를 이유로 후보자들이 변협회장 직선제를 선거 공약에서 철회토록 유도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현재 황변호사 등 일부 소장 변호사들은 “집단행동을 해서라도 직선제 문제를 공론화 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원로 변호사들은 “직선제를 하면 후보들이 전국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해야 하고 전국 변호사가 한날 한곳에 모여 투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편 서울회의 변협회장 후보선거에는 정재헌(鄭在憲·63·고시13회) 유택형(柳宅馨·71·고시5회) 김성기(金成基·59·고시16회)변호사가 입후보했다. 서울회의 변협회장 후보 선거는 새해 1월29일 열린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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