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셔틀버스 '2차전' 조짐…운행금지 개정안 국회통과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56분


“없애야 한다. 안 된다.”

대형 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운행을 사실상 금지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박광태(朴光泰)의원 등 여야 의원 87명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내년 7월부터 대중 교통수단이 있는 모든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없애는 내용. 백화점과 할인점 업계는 이 개정안이 고객 편의를 무시한 처사라며 헌법소원을 검토하고 있고 중소 상인과 버스 업계는 개정안에 있는 예외 조항이 셔틀버스 운행 근절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황〓경기도내 셔틀버스는 모두 58개 점포에 584대를 운행 중. 분당을 포함한 성남지역은 8개 점포에 127대를 운행중이다. 일산 신도시내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대형 매장은 그랜드백화점(18대), 롯데백화점(25대), 마그넷 주엽점(18대), 뉴코아백화점(15대), 이마트(16대) 등 5개 매장이며 회사별로 평균 10개 노선을 운행중이다. 운행횟수는 대당 하루 10회.

일산신도시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중앙로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있어 중앙로를 벗어난 아파트 단지 주부들은 셔틀버스를 대중교통삼아 생활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

▽유통업체〓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보고 헌법상에 보장된 자유 및 행복추구권 위배 여부에 대해 헌법 소원을 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영복(李永福)백화점협회 홍보과장은 “전국 10대 도시 주민 306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5%가 셔틀버스 운행을 지지했고 올 10월 실시한 셔틀버스 운행 금지 반대 서명에 33만명이 참여했다”며 “소비자 권익 침해 여부에 대한 법률적인 자문을 받아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중소 상인 및 버스 운송 업계〓개정안 내용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으나 호텔과 학원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허용한다는 예외 조항에 대해 불만이 많다. 호텔과 백화점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유통업체의 경우 호텔 명의로 셔틀버스를 운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 연합회 김경배(金慶培)회장은 “옛 상공부에서 업무 지침으로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하고 건설교통부에서 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셔틀버스의 무상 운행을 막았지만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셔틀버스를 문화센터나 스포츠센터용으로 편법 운행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개정안에 나온 예외 조항도 편법 운행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 중소상인들과 운송사업자들이 결성한 ‘셔틀버스운행근절 비상대책추진위원회’는 편법 운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회원들이 직접 비디오 카메라로 불법 운행 장면을 적발, 관계 당국에 신고할 방침이다. 또 건교부가 앞으로 만들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셔틀버스 허가 조건과 절차 등을 엄격히 정하도록 로비를 벌일 방침이다.

▽소비자〓일반 소비자들은 셔틀버스가 없어지면 생활이 불편해진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장안타운 건영아파트 부녀회장 성능자씨(58)는 “일반버스나 마을버스는 노선이 적고 시간을 어기는 등 횡포가 심해 주민들이 상당한 불편을 느끼고 있다”며 “주민의 발이나 마찬가지인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시킨다면 주민들과 함께 강력한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성씨는 또 “이미 일부 주민들은 이런 소식을 접하고 흥분상태에 있다”며 “주민들의 편의와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는 정부당국자들은 각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산 신도시에 사는 주부 이명숙씨(30)도 “일산에서 셔틀버스는 대형매장의 매출신장용 서비스외에도 주민들의 대중교통 노릇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셔틀버스가 없어진다면 주민들만 불편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흡·윤상호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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