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협-본보, 장애인 구강진료 공동 캠페인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8시 32분


“○○야, 안 아프단다, 제발 좀 진료의자로….”

9일 오후 2시반 경기 고양시 탄현동 홀트아동복지회관의 치과 진료실. 진료실 바닥에 엎드려 진료를 안받으려고 앙버티는 자폐아 이모군(12)과 치과의사 곽철(郭鐵·37)씨 등 의료진 3명이 ‘대치’ 중이었다.

의료진이 10분간의 씨름 끝에 이군의 팔다리를 붙잡아 간신히 진료의자에 눕혔지만 발버둥질은 계속됐다. 이군의 아버지가 올라탄 채 다리를 붙잡았다. 자원봉사자가 다급히 소리쳤다.

“애가 머리를 흔들어요. 다치겠어요.”

또 다른 치과의사 안기동(安起東·37)씨가 급히 달려와 이군의 머리를 붙잡았다.

20분 뒤 치료가 끝나자 두 치과의사와 자원봉사자 2명, 애와 아빠 모두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곽씨는 “의료진이 장애인에게 손가락을 깨물리기 일쑤이며 팔을 물어뜯기거나 얼굴을 맞아 멍이 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파주시에 개원중인 치과의사 14명이 회원인 ‘작은치과의사회’(회장 한문식)와 자원봉사자 8명이 매주 토요일 오후 봉사활동을 벌이는 현장이다. 이처럼 장애인 치과진료는 힘들다.

‘치과’하면 ‘고통’부터 떠올리기 십상. 그래도 일반인은 낫다. 문제는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 최소한 4명이 있어야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다.

그러나 동네치과는 보통 원장 한 명에 위생사 한 명이 고작. 게다가 치과진료엔 의료보험 혜택이 적다. 이 때문에 140만명의 장애인 대부분은 이가 아파도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이기택)와 동아일보는 ‘장애인에게 웃는 기쁨을’이란 주제로 ‘장애인 구강질환 예방 및 진료 돕기 캠페인’을 벌인다. 치협(齒協)은 성금을 모아 △장애인 치과진료소 확대 △장애인용 전동칫솔 구입 및 보급 △불소 알약과 껌 보급 등에 쓴다. 치협에선 장애인 진료 상담 홈페이지(www.dentalfriend.or.kr)를 운영하며 회원들은 무료진료 활동을 벌인다.

치협에 따르면 장애인 대상의 각종 조사 연구에서 이들이 의료혜택을 가장 원하고 그 중 구강진료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의 치과의사 1만2000여명 중 200여명만이 장애인 진료를 하고 있을 뿐이어서 진료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이회장은 “보건소 장애인진료소를 확대하는 등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반인이 장애인의 고충을 이해하고 따뜻한 손길을 보내는 것이 장애인에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02―465―5563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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