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연대 '경찰관 부정부패' 보고서]

  • 입력 2000년 12월 5일 18시 41분


7월9일 자신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근무복 차림으로 부하직원까지 불러내 술을 마시는 인근 파출소 소장을 본 A씨는 눈살을 찌푸렸다. 다음날 파출소로 항의전화를 건 A씨에게 돌아온 건 “무고죄로 고소하겠으니 입다물고 있으라”는 위협이었다.

5월31일 퇴근길에 술 취한 행인에게 얻어맞은 B씨는 경찰서에서 더욱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자신의 이름을 반말로 부르는 담당형사에게 항의를 하다 졸지에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바뀐 것. 담당형사는 증인으로 부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았다.

지난해 10월경에는 사소한 접촉사고로 2주간 경찰서에 들락거리던 택시운전사 C씨가 “경찰서에서 내가 얻은 것은 모멸과 수치심뿐이었다”며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C씨의 유언장에는 “내 설움이 다 가실 때까지 모든 경찰서 입구에 있는 경찰 서비스헌장을 떼어달라”고 적혀 있었다.

5일 반부패국민연대(회장 김성수·金成洙)가 발간한 70여쪽의 ‘경찰관 직무관련 부정부패보고서’에는 경찰을 향한 시민들의 ‘쓴 소리’가 곳곳에 담겨 있다.

1월부터 8월말까지 인터넷 게시판과 전화 등으로 받은 경찰비리 제보 40여건을 모은 이 단체는 △근무기강 해이 △불성실한 수사 △인권유린 등을 경찰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경찰개혁’이 한창 이뤄지던 시기의 일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경찰이 겉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여전히 어두운 단면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고위관계자는 “충분히 개선 가능한 사안들을 보고서로까지 만든 것은 좀 아쉽지만 시민들의 충고인 만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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