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금고 대주주 진승현]M&A전문 "제2의 정현준"

  • 입력 2000년 11월 23일 23시 25분


‘삐뚤어진 젊은 벤처기업가, 인수합병(M&A)으로 기업수 늘리기, 자회사 신용금고를 사금고로 악용….’ 금융감독원 김중회(金重會)국장은 23일 밤 브리핑에서 “신용금고 대주주가 불법 대출받은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열린금고 불법대출 사건은 여러 면에서 동방금고 사건과 닮은꼴이다.

▽진승현은 누구인가〓열린신용금고의 대주주는 올 27세인 진승현(사진)씨. 투자 전문회사인 MCI코리아의 대표이사 겸 부회장이다. 진씨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중퇴한 뒤 유학길에 올랐다. 4년간 미국 영국 홍콩 러시아 등을 전전하며 어깨너머로 금융을 익히다가 98년 귀국했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진씨가 처음 돈을 번 것은 신세기통신, LG정보통신, 한글과컴퓨터 등에 투자해 20억원의 ‘대박’을 터뜨리면서부터. 고려산업개발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단위당 100원에 매입해 1200원에 팔아 80억원을 만드는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진씨는 98년 말 현대창업투자를 인수하며 M&A업계에 공식 데뷔했다. 99년 들어 에이스캐피탈(금융 지주회사)을 설립했고 열린금고, MCI개발을 인수했으며 영국 리젠트퍼시픽 그룹을 끌어들여 코리아온라인(KOL)이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씨는 MCI코리아가 중개역할을 맡은 한스종금(옛 아세아종금)의 외자유치 과정에서 유령회사를 앞세워 사기극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외자로 포장된 돈 330억원은 사실은 한스종금에서 나온 돈으로 외자유치는 한스종금과 MCI코리아의 자작극임이 드러난 것.

▽어떤 수법이 쓰였나〓진씨는 사들인 신용금고를 철저하게 개인 사업자금원으로 활용했다. 금감원이 밝힌 진씨의 불법대출은 이번이 세 번째. 진씨는 지난해 8월 금고를 인수한 직후 337억원을 제3자를 통해 대출받아 쓰다가 1개월만에 적발됐다.이 같은 사실을 적발한 금감원은 “대출액을 전액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임원 4명을 문책조치했다.

그러나 열린금고는 금감원 검사가 끝난 뒤 닷새만에 불법대출을 되풀이, 진씨가 세운 시그마창투에 초단기 대출을 해 줬다. 결국 올 3월 금감원 검사에 적발됐지만 “대출금을 갚는다”는 약속과 함께 임원 5명 면직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진씨는 올 4월부터 또다시 불법대출을 자행했고 정현준 게이트가 터진 뒤에도세 번째 검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이달 2일까지 돈을 끌어다 썼다.

▽MCI 코리아는〓M&A를 주로 하는 투자전문 회사로 진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98년 진씨가 인수한 에이스 캐피탈이 모태. 현대창업투자, 이머징창업투자, MCI 개발(부동산), 클럽 MCI(전자상거래 및 엔터테인먼트) 등 4개회사의 지분을 100%씩 갖고 있다. 최근 영화 ‘리베라 메’를 제작해 관심을 끌고 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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