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찬 금감원 前국장 왜 자살했나?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8시 59분


이른바 ‘정현준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의 추적을 받던 금융감독원 장래찬(張來燦) 국장(53.대기발령.전 비은행검사국장)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에 대한 해명없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장 국장은 자신의 비리가 드러난 지난 23일 오후 잠적한 뒤 도피중이었다.

이에 따라 동방금고 불법대출 및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은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장국장은 동방 및 대신 금고 불법대출 및 정관계 로비의혹의 진상을 알고 있는 핵심인물로 지목돼왔다. 그는 지난 24일 김중회 비은행검사1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현준 사장이 설립한 사설펀드 출자부분을 시인했다. 정 사장은 또 현금 3억5천900만원이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을 통해 장 국장에게 건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천의 대신금고와 서울의 동방금고에서 637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불법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금감원에서도 이번 사건을 장국장의 ‘개인비리’라고 주장해 왔다.

한편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조웅(柳照雄) 동방신용금고 사장도 지난 21일 해외로 도피했다. 장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과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이 로비대상으로 장 전국장을 지목하고 있고, 로비 실무작업을 벌인 사람이 유 사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국장의 자살에 따라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이제 유사장만 남은 셈.

장 전국장이 1주일여간의 도피생활 끝에 자살을 택한 것은 밝히기 어려운 ‘비밀’이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것이 개인비리와 관련된 것이었든, 아니면 금감원 조직에 누를 끼칠만한 것이었나는 장 전국장만이 알게 됐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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