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멋있게 안전하게 '조형놀이터' 붐 붐 붐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36분


주부 강연희씨(40)는 1년 전 경기 광명시 하안동에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로 집을 옮겼다. ‘삶터’가 바뀐 뒤 새롭게 눈에 띈 것이 있었다. 아파트 앞에 있던 놀이터 ‘작은마을’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던 것. 놀이터 중앙에 있는 미끄럼틀이 조각품 한 점을 옮겨놓은 것처럼 신선하게 느껴졌다. 일직선으로 연결된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미끄럼틀 대신 뒷동산을 오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또 놀이터 바닥도 방부처리가 된 톱밥으로 깔려 있어 안전했다.

반응은 아이들이 더 빨랐다. 아들 강산군(8·원촌초등학교)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가장 먼저 ‘작은마을’로 달려 와요. 학교에서는 놀이터 위에서 떨어져 다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강씨는 “예전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다 들어오면 묻혀온 모래가 방마다 한 주먹씩이나 돼 치우느라 애를 먹었는데 이제 그런 걱정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어느덧 ‘작은마을’은 인근 아파트 어린이들까지 몰려드는 명소(名所)로 자리잡았다. “몇 시까지 작은마을로 모여!”는 아이들의 ‘암호’가 돼버렸다.

놀이터 이름이 정해진 것도 독특한 대목. 다른 동에 사는 주부 이소희씨(36)는 “보통 아파트에서는 ‘OO단지 앞 놀이터’라고 부르는 데 비해 살뜰한 놀이터 이름 때문에 아이들이 더 호감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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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이나 뻔한 놀이시설만 갖춰진 아파트 놀이터 공간에 파격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늑한 뒷동산과 물장구치던 개울 등 정겨운 자연을 되살려놓은 미술작품 형태의 ‘조형 놀이터’가 최근 잠원동 동아아파트 뿐만 아니라 도봉구 창동 동아아파트, 서대문구 홍제동 삼성아파트 등지로 차츰 확산되고 있다. 이는 아파트 시공업체들이 아파트 수요자들을 끌기 위해 경쟁적으로 놀이터를 미술작품으로 꾸미기 때문.

조형 놀이터는 자연의 이모저모를 형상화한 일종의 테마공간. 주부들은 “딱딱한 아파트에 예술의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조형물을 쳐다보며 서로 ‘무슨 모습과 비슷하니’라고 묻는 등 많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조형물 감상으로 예술적 심미안(審美眼)을 키우는 초보적 훈련을 하는 셈이다.

공사기간은 조형 놀이터(3, 4개월)가 기존 놀이터(10일 정도)의 9, 10배나 되고 공사비는 조형 놀이터(1억원)가 기존 놀이터(2000만원)의 5배가 된다. 조립만 하면 되는 기존 놀이터와 달리 조형 놀이터는 그만큼 설계와 시공이 까다로운 것. 그러나 주거환경을 중시하는 최근의 추세로 아파트내 조형 놀이터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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