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역 금연 선포 설왕설래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33분


청와대가 경내 건물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선포하는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의약분업 과정에서 ‘국민건강’이 새로운 관심사로 등장하자 주무부서인 복지노동수석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청와대도 흡연실을 설치하고 금연을 권장해왔으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 솔선수범하는 조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4일엔 ‘11월 1일부터 비서실 내에서 금연을 실시하자’는 사발통문이 청와대 일부 직원들 사이에 돌았고, 5일의 수석비서관회의에 이 문제를 정식안건으로 상정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수석회의에서는 시간부족 등을 이유로 논의되지 않았다.

또 일부 ‘골초파’들이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해 총무수석실에서 일단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논의절차를 거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서는 결국 ‘금연구역 선포’가 무산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애연가 중 실세 수석과 비서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애연가들은 획일적으로 금연조치를 취하는 것은 각 분야의 ‘자율’을 강조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도 거리가 멀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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