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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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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실 한구석에 마련된 ‘정보공개접수창구’에 가보니 여직원이 “저 곳으로 가보세요”하며 민원접수 창구를 가리켰다. ‘정보공개담당’이라는 공무원은 “정보공개편람이라뇨. 그런 거 없는데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찾는 정보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보존문서 기록대장을 보여달라고 하자 “그런 건 아무나 보는 것이 아니다”며 쏘아 붙였다.
이는 일선 지자체의 정보공개에 대한 의식수준을 나타내는 사례로 ‘판공비 공개운동 전국 네트워크’가 27일 공개한 자료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정보공개 기피현상이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3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판공비 공개운동 전국 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대상 114개 지자체 중 57.8%가 정보공개 성실도에서 평점 40점 이하의 F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기관장을 비롯해 실국장급까지의 판공비서류 사본 공개를 요구한 시민단체의 주장에 성실히 응한 곳은 대구와 전북 2곳뿐이었고 울산 부산 서울 등 8곳은 열람만을 고집, 제주 전남 경기 광주는 끝까지 공개를 거부했다. 기초단체의 경우 전체 98곳 중 서울 부산의 41개 구를 포함해 62곳 63%가 공개를 거부했다.
이들은 “아직 행정자치부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 “다른 곳도 아직 안 하는데 우리가 먼저 할 필요는 없다” 등 군색한 변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 측은 “98년 1월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후 올해 9월 서울고법의 판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판공비가 공개대상 정보로 인정됐는데도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특히 다른 시도에 비해 오히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기초단체들이 담합한 듯 일제히 공개를 거부해 비난을 샀다.
시민단체들은 “판공비에 대한 정보들이 꾸준히 공개된다면 연간 1500억원에 이르는 지자체의 판공비 지출 중 30%이상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판공비 공개운동 전국 네트워크’는 △정보공개법에 불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비공개사유를 정비하고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지자체에 대한 예산제재 △예산지출에 대한 규율 강화 △시민에게 잘못 쓰인 예산을 돌려주는 예산환수권 제도 도입 등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사본을 아직 제출하지 않은 70여개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며 ‘판공비 정보공개조례’ 제정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 정보공개 평가 상위 10개 지자체 | ||||
| 순위 | 자치단체 | 판공비 공개 (점) | 정보공개 제도 운영(점) | 평균 점수 |
| 1 | 전주 | 90 | 62 | 76 |
| 2 | 대구 동구 | 90 | 57 | 73.5 |
| 3 | 대구 남구 | 90 | 55 | 72.5 |
| 4 | 대구 북구 | 90 | 52 | 71 |
| 5 | 대구 달서구 | 90 | 50 | 70 |
| 6 | 대구 수성구 | 90 | 47 | 68.5 |
| 6 | 울산 동구 | 90 | 47 | 68.5 |
| 8 | 대구 중구 | 90 | 45 | 67.5 |
| 9 | 대구 서구 | 90 | 44 | 67 |
| 9 | 울산 북구 | 80 | 54 | 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