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장관 전격 사퇴…"한빛銀의혹 검찰수사 협력"

  • 입력 2000년 9월 20일 18시 38분


한빛은행 불법대출과 신용보증기금 대출보증 압력사건으로 한나라당의 집중 공격을 받아 온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이 20일 사퇴했으나 한나라당은 박장관 구속수사와 특검제도입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정국 정상화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박장관의 사퇴가 국회정상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일본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내주 초 정국수습을 위한 최종 건의안을 보고한 뒤 대야협상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은 또 도피중인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가 21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이어 박장관도 검찰조사를 받은 후에는 여야가 한빛은행사건을 비롯한 모든 현안을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야당을 설득해 나갈 생각이다. 여권은 민주당 당직 개편도 빠르면 내주 초에 단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박장관의 출국금지 및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한빛은행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제를 계속 요구키로 방침을 정하고 21일의 부산역 장외집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부산역 집회를 앞두고 이날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부산에 내려가 서면역과 남포동 일대에서 정부 여당을 비난하는 전단을 배포하고 21일 집회의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이날 사의를 표명한 박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김한길 민주당의원(전국구)을 임명했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의혹사건에 대해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자연인의 입장에서 떳떳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박장관의 결심을 존중해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장관은 이날 오전 문화관광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오늘 아침 장관직을 사퇴하겠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박장관은 “나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공인이 아닌 자연인의 신분으로 검찰의 어떤 조사에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이운영씨도 스스로 약속한 대로 21일 정오까지 검찰에 출두해 모든 것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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