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빛銀수사 문제점]李運永씨에 ‘보복’ 시사

  • 입력 2000년 9월 8일 18시 25분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박혜룡(朴惠龍·47)씨가 지난해 7월 자신의 대출보증 요구를 거부했던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52)씨에게 ‘보복’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의 문건을 동국대 총동창회 등에 보낸 사실이 8일 뒤늦게 밝혀졌다.

이는 이씨에게 전혀 보복한 적이 없다는 박씨와 박씨의 동생 현룡(朴賢龍·40·전 청와대 행정관)씨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주목된다.

지난해 7월29일 박씨가 동국대 총동창회 사무실로 보낸 팩스문건에서 그는 “영동지점장의 터무니없는 인신공격 및 유언비어 살포에 대해서는 원만하게 해결되어 있으며 좌시하지 않았다”고 명시, 당시 여러 곳에 억울함을 호소하던 이씨에게 모종의 조치를 취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이씨측은 “문건이 작성된 시점상 ‘좌시하지 않았다’는 말은 사직동팀 내사나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이는 박씨 스스로 보복을 시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측은 “이 문건은 이씨의 호소를 들은 동국대 총동창회와 권노갑(權魯甲)동창회장이 박씨에게 경위설명을 요청해 이에 대한 응답으로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씨는 언론사에 배포한 A4용지 4장 분량의 ‘양심선언문’을 통해 “나는 권력의 부당한 압력을 거부하는 바람에 강제면직된 뒤 보복수사를 당했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사직당국에 자진출두를 앞두고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변호인 손범규(孫範奎)변호사는 “이씨는 추석 직후 한빛은행 수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검찰에 출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권노갑 민주당최고위원은 지금까지 ‘동문의 억울한 사정’을 들었을 뿐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의 압력설’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해 왔으나 본보가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동국대 총동창회는 지난해 7월 권최고위원에게 ‘박장관의 부당한 압력’이라는 표현이 제목에 포함된 문건을 작성, 그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종대·이승헌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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