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불법대출]'외압說' 누구말이 맞나

입력 2000-09-01 23:40수정 2009-09-2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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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영(李運永·52)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이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한 ‘박지원 당시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의 대출보증 압력설’과 ‘박주선 당시 대통령법무비서관의 사표 종용설’ 등에 대해 당사자들이 전면 부인하고 나서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씨와 각 당사자들의 입장 가운데 어느 한쪽은 반드시 거짓말일 수밖에 없는 데다 특히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의 개입 여부는 정권의 도덕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수사 등을 통해 신속하고도 명백히 진실이 가려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박장관이 이씨에게 대출보증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는지?〓이씨는 기자회견에서 “박수석이 지난해 2월 아크월드에 15억원의 대출보증을 요구하는 전화를 사무실로 직접 걸어왔다”며 박혜룡 현룡씨 형제 청탁의 배후로 박장관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박장관은 “이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며 오히려 “이씨가 기자회견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사람을 보내 ‘구속을 면하게 해주면 (기자회견에서 박장관이) 전화한 적이 없다고 말해주겠다’고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씨 가족측은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반박했다.

▽왜 사직동팀이 이씨를 수사했나?〓이씨는 청와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박씨 형제에게 5억원만 보증해준 한달 쯤 뒤에 아크월드가 8000만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날 뻔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에 앙심을 품은 박씨 형제 등의 제보로 내사가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직동팀측은 “이씨는 대출보증 때마다 사례금을 받아 ‘자판기’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라는 제보가 있어 수사에 들어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씨측은 “평소 이씨에게 불만을 가졌던 영동지점 내의 한 직원이 박혜룡씨와 고교동창이라 ‘내각제가 되면 권불십년(權不十年)인데…’라는 이씨의 발언을 제보한 것도 수사의 한 계기였던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박주선 당시 대통령법무비서관은 이씨의 사직을 강요했나?〓이씨는 탄원서에서 “4월29일 박비서관이 최수병신용보증기금이사장에게 ‘사표 내게 하지 않으면 구속해 사법처리하겠다’고 전화통보했다”며 이에 “최이사장이 4월30일 ‘이놈아 회사에 폐를 끼쳤으면 사표를 내야지’라며 3차례 전화로 사표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전비서관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나의 직책상 일개 지점장의 비리는 신경쓸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최전이사장도 “박주선 전비서관으로부터 그런 전화를 받은 적도, 이씨에게 사퇴 압력을 가한 사실도 없다”며 “이씨가 사흘간 무단 결근해 사표를 받도록 지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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