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불법대출]외압 몸통 朴장관 지목

  • 입력 2000년 9월 1일 18시 43분


한빛은행과 신용보증기금 지점의 불법 대출 사건 등에 대한 검찰의 외압 의혹 수사가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구속된 신창섭 전 한빛은행 관악지점장(48)과 박혜룡(朴惠龍·47·아크월드 대표)씨 등 사건 관련자들이 외압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피중인 이운영(李運永·53)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이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을 ‘외압 행사자’로 주장하고 나서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용보증기금 사건▼

서울지검은 1일까지 동부지청에 보관중인 이전지점장에 대한 수사 기록과 탄원서 사본을 입수해 정밀 검토 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틀 동안 조사를 받은 박씨의 동생 현룡(賢龍·40)씨가 외압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이전지점장을 소환해 박씨와 대질신문을 벌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

검찰 관계자는 “대질신문을 벌이기 전에는 거론되는 다른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못박아 도피중인 이전지점장이 소환될 때까지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이전지점장을 조사한 사직동팀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전지점장의 소환과 관계없이 조만간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한빛은행 사건▼

검찰 관계자는 “신전지점장의 거액 편법 대출 행위는 나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다”며 “결국 편법 대출 동기를 밝히는 것이 궁극적인 수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검찰은 외압의 가능성, 신전지점장과 박씨의 공모 사기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 수사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30일부터 후자 쪽으로 다소 기우는 듯한 분위기다. 검찰은 31일 “현룡씨가 신전지점장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힌 데 이어 1일에는 “신전지점장의 17억원 해외유출 혐의에 중점을 두고 수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전지점장은 여전히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는 것. 결국 외압이 없었다면 왜 편법 대출을 했는지, 외압이 있었다면 왜 끝까지 부인하려 하는지에 대한 수사가 심도있게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박씨가 대출 받은 돈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으나 속도는 매우 더딘 상태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박지원장관 일문일답▼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1일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과 관련해 자신이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 시절 신용보증기금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운영(李運永)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반박했다.

―이씨에게 전화를 했었나.

“나는 이씨를 알지도 못한다. 나도 명색이 장관인데 일개 지점장에게 직접 전화를 하겠느냐. 당시 최수병(崔洙秉)한전사장이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었는데 부탁할 게 있으면 수병이형에게 하지, 지점장에게 전화했겠느냐.”

―이번 사건을 언제 알았나.

“지난해 4월 이씨의 탄원서가 돌아다녀 내가 사직동팀에 물어봤다. 그랬더니 이미 제보를 받아 별도로 수사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 후 이씨와 접촉한 적이 있나.

“이씨가 도망 다니는 바람에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다 5월6일 이씨측에서 사람을 보낸다는 연락이 와서 만났다.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고 화를 냈다. 그랬더니 자꾸 선처해 달라고 해서 자수하는 줄 알고 ‘알았다. 받은 돈이 1000만원밖에 안되니 집행유예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 검찰에 출두하라고 해라’고 말했다. 그때 사건이 끝난 줄 알고 있었으나 다시 문제가 돼 내가 이씨측 사람을 찾아내 지난달 30일 만났다. 그 사람에게 ‘내가 전화했다는 것(당신의 거짓말)을 선처해 달라고 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선처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어제 또 연락이 와서 만났더니 ‘이씨가 구속을 면하게 해주면 전화한 적이 없다고 말해 주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 사람은 또 ‘어제 이씨와 통화하고 이씨 부인을 만났는데 모 정치단체와 신문사가 이씨를 보호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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