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씨 비자금중 800억 한보철강서 추징 못한다"

  • 입력 2000년 8월 10일 18시 34분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안영률·安泳律부장판사)는 10일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정태수(鄭泰守)전한보그룹회장에게 599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연대보증을 선 ㈜한보철강공업을 상대로 국가가 낸 정리채권확정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국가는 현재까지 이자를 합해 800억여원으로 불어난 노 전대통령의 돈을 추징할 수 없게 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서울지법이 97년 부도를 낸 한보철강에 대해 회사 정리절차(법정관리)를 개시하면서 ‘보증채무는 전액 면제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리계획안을 인가했다”며 “이 정리계획안은 국가를 포함한 모든 채권자에게 효력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법원의 정리계획안은 기업을 회생시켜 국가 전체의 공공복리에 기여하기 위해 면밀한 검토를 거쳐 인가되는 것이므로 이 계획안이 원고인 국가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보철강은 노 전대통령이 93년 9월 정 전회장에게 599억여원을 연리 8.5%의 이율로 빌려주는 과정에서 보증을 섰다.

노씨 비자금 사건 수사로 이 돈은 국가의 추징대상이 됐으며 정 전회장의 부도로 이돈을 못받게 되자 국가는 보증을 섰던 한보철강으로부터 돈을 받기로 하고 97년 8월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간 한보철강을 상대로 서울지법에 원금과 이자를 합해 모두 800억여원을 ‘돌려 받을 돈’이라고 신고했다.

국가는 그러나 한보철강이 ‘보증채무는 전액 면제한다’는 정리계획안을 이유로 국가에 대해 정리채권이 없다고 주장하자 소송을 냈다.

한편 국가는 97년 대법원이 확정한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 추징액인 2628억9600만원 중 66%인 1744억원을 추징, 현재 미납액은 884억9600만원이다.

노 전대통령이 쌍용그룹 김석원(金錫元)전 회장에게 맡긴 200억원에 대해 국가가 낸 소송은 1,2심 모두 국가가 승소한 가운데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중이며 동생인 재우(載愚)씨에게 맡긴 129억여원과 나라종금에 맡긴 248억여원에 대해서는 1심재판이 진행중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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