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부산]호텔들 '카지노 속앓이'

  • 입력 2000년 7월 29일 00시 01분


올 2월 정부에서 카지노 신설 방침을 발표한 이후 5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자 부산지역 호텔업계와 부산시가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등 정부에 대한 불신을 공공연하게 나타내고 있다.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2월22일 “관련법에 따라 전국적으로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7∼8개 허가해 줄 수 있는 상태”라며 “올 하반기에 서울 부산에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상영(安相英)부산시장도 당시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에게 부산의 관광산업을 위해 특1급호텔 두곳과 부산정보단지내 컨벤션센터에 카지노 신규설치를 요청하는 건의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과 롯데호텔이 치열한 물밑작업을 벌이며 카지노 유치경쟁에 나섰으며 해운대 메리어트호텔과 조선비치호텔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해운대그랜드호텔은 96년 개관 때부터 카지노영업장 500여평을 비워두고 있다.

97년 개관한 롯데호텔도 지하 1층에 1000평의 공간을 마련해 놓고 카지노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박장관의 발표 이후 부산지역 호텔업계는 곧 선정작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인력확충과 유치계획서를 마련하는 등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지역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텔과 부산시 관계자들이 큰 실망에 빠졌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호텔업계에서는 “카지노업계에 이미 진출해 있는 업체가 정권에 로비를 벌여 신규 카지노 허가를 방해하고 있다”는 등의 ‘음모론’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정부가 카지노 선정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의혹이 일고 있다”며 “카지노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호텔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손실을 줄인다는 차원에서도 빨리 선정기준과 일정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박장관이 카지노 추가 허가의사를 밝히기는 했으나 상부로부터 아무런 지시가 없어 현재 카지노 추가 허가 문제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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