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월드컵겨냥 강남 특급호텔 3파전 "크게,호화롭게…"

  • 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46분


서울 강남 일대에 대형 특급호텔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건물 개보수에 머물렀던 호텔업계가 10여년 만에 ‘지각변동’을 맞게 된 것이다. 시설 규모 또한 세계적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된데다 그 타깃이 강남권에 맞춰진 것이 눈길을 끈다.

올 10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2002년 월드컵대회 등 매머드급 국제행사를 겨냥한 ‘특수(特需)’와 함께 비즈니스의 중심이 강남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지상 34층 규모의 JW매리어트호텔(특1등급)이 이달 중순부터 부분 오픈에 들어가면서 고객 유치전쟁에 불을 지폈다. 강남권 ‘관문’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 자리잡은 이 호텔의 ‘입지(立地)’도 큰 강점.

조혜연 홍보팀장은 “세계적으로 2000개가 넘는 매리어트 호텔 중 JW급은 시설면에서 단연 최고급”이라며 “JW급으로서는 세계에서 10번째”라고 말했다. 객실 크기 또한 서울시내 기존 특1급 호텔의 1.5배나 된다고 한다. 매리어트측은 개장에 맞춰 항공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할인가를 제시하는 등 고객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한번 떨어뜨린 가격을 제값으로 올려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남구 삼성동 아셈 컨벤션센터 옆에서 문을 연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은 벌써 객실예약률이 90%에 달할 정도여서 본 궤도에 오른 느낌이다. 각종 행사의 주무대가 될 아셈 센터에 붙어 있는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호텔측은 특급호텔의 잇따른 등장에 대해 “호텔업계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내심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내년 9월경 개장을 목표로 마무리공사가 한창인 파크하이야트호텔은 벌써부터 특급호텔간 경쟁의 제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강남구 역삼동에서 시공중인 아이타워(I―Tower)에 등장할 파크하이야트는 객실 전체가 스위트룸인 ‘초(超)특급호텔’이기 때문.

세계 38개국에 192개가 퍼져 있는 하이야트 브랜드 중 최고급인 파크하이야트급은 전세계적으로 17개뿐으로 아시아지역에서는 일본 도쿄(東京)에 이어 두 번째.

다른 호텔측은 “모든 객실을 스위트룸으로 할 경우 국내 여건상 객실을 제대로 채울 수 있겠느냐”며 수익성에 반신반의하고 있으나 하이야트측은 “오히려 차별화가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강남권에 집중될 특급호텔업계 전체의 고민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 강남의 심각한 교통체증.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놓고 서울시로서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더할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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