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정유사 해명 분석]'짜깁기 해명' 소비자 속였다

  • 입력 2000년 7월 18일 19시 30분


‘허술한 사실관계에 기반을 둔 교묘한 논리.’

참여연대가 국내 정유4사의 98, 99년 재무제표와 본보 석유시장 관련 연속기사(6월27일∼7월7일)에 대한 반박자료 등을 정밀검토한 뒤 18일 내놓은 논평이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 과점시장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영업해 온 정유사들이 유가체계, 담합영업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자기들만 아는 사실관계를 자의적으로 짜맞춰 교묘하게 소비자들을 속여 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참여연대는 특히 본보가 집중제기해 온 의혹들이 대부분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본보 보도와 정유사의 반박, 이에 대한 참여연대의 분석대비표>

본보 보도정유사 반박참여연대 분석
IMF기간중 정유사들의 판매관리비가 비정상적 폭등했다.
이는 방만한 경영의 증거다.
판매관리비의 증가는 구조
조정의 여파로 명퇴자들이 크게 늘어 퇴직금이 많았기 때문이다.
98년 판매관리비 증가액 중 명퇴금의 비율은 아주 적다.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은 감가상각비 등이 포함된 정상가격의 국제시장이다.
국내정유사들의 감가상각비와 순이자비용도 6288억원에 불과해 원가에 큰 영향이 없다.
국내 정유4사의 감가상각
비와 순이자비용은 각각 1조여원이다.
싱가포르 석유시장은 이같은 고정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비정상적 한계시장이다.
싱가포르 시장은 정상적인 자유경쟁시장으로 세계 정유사들의 평균 가격경쟁력을 보여준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장하는 순이자비용은 세계 다른 정유사들도 비슷하다.
과점구조 내에서 허술한 비용처리는 늘 있어왔다.
순이익률을 논하려면 비용처리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은 주요에너지 공기업이나 제조업 평균 이하여서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다.
국내 정유사들이 고유가로 비용을 방만하게 지출한 의혹이 있다.
이 경우 순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은 당연히 낫다.

다음은 참여연대가 이날 제기한 국내 정유업계의 각종 문제점들.

▽방만한 경영〓국내 4대 정유사의 98년도 판매관리비 지출은 전년 대비 35.4%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의 매출액증가율 8%에 비춰볼 때 ‘지나친 낭비적 요소’였다는 것.

참여연대는 또 ‘98년 구조조정으로 명퇴자 퇴직금이 많아 판매관리비가 증가했다’는 정유사측 주장에 대해서도 각 정유사별 분석을 통해 “터무니없는 해명”이라고 못박았다.

LG정유의 경우 98년 판매관리비 증가액이 3215억원으로 전년대비 102.2% 폭증했으나 이 중 퇴직급여 증가액은 69억원에 불과했다. 현대정유 역시 98, 99년 관리직 및 영업직 임직원의 인건비가 각각 91.27%, 53.15% 늘었으나 매출액 증가는 15.3%, 21.77%에 그쳐 ‘일부 임직원만의 잔치’에 그친 것 아니냐는 것.

참여연대 윤종훈(尹鍾薰)조세개혁팀장은 “정유사가 방만하게 경비를 쓴 뒤 유가를 올려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이익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의도적으로 과다계상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석유시장은 덤핑시장?〓참여연대는 국제 및 국내 석유시장을 동일차원에서 비교해 국내 정유사가 13.7%의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본 본보의 분석방법(6월28일자)을 ‘충분히 의미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당시 정유사들은 싱가포르시장이 ‘변동비 수준을 반영하는 한계시장’이어서 이를 국내 원가와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했었다.

이에 대해 세계적 가격조사기구 플라츠(Platt’s)의 세계시장담당 조지 몬테페크 국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시장은 다른 국제석유시장과 다름없이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자유시장”이라고 반박했다.

참여연대 역시 “싱가포르에서의 수입가격이 국내 공장도가보다 높게 결정되는 일도 종종 있을 만큼 철저한 자유경쟁시장”이라며 “이를 비정상적 시장으로 치부, 비교를 거부하는 정유사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감가상각비와 부채가 많아 유가도 높다?〓참여연대는 미국 영국 일본 정유회사들의 재무제표도 분석, 이들의 부채비율을 확인했다. 이는 ‘감가상각비와 이자비용 때문에 국내에서 정유한 제품의 가격이 높다’는 정유사측 논리를 검증하기 위한 것.

그 결과 이들의 부채비율은 국내 정유사와 대동소이했고 국내 원가산정에서 추가로 고려할 금액은 2300억원에 불과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국내 정유4사가 보유한 투자유가증권 취득가의 기회비용 2400억원을 분석에 포함시켜 작업의 정밀도를 높였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투자유가증권은 자금여유가 있을 때 투자 등의 목적으로 보유하는 재산”이라며 “엄청난 빚을 진 정유사들이 2조8200여억원의 투자유가증권을 보유한 사실 자체가 합리적 경영이 아니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본보(6월29일자)가 국내 정유4사의 감가상각비와 순이자비용으로 분석한 451억원과 6228억원을 계산착오에 따른 오류라며 각각 1조3590억원과 1조1383억원으로 바로잡았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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