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버스참사]희생 정성실양 '미완의 노트'

  • 입력 2000년 7월 16일 18시 39분


“장차 나는 외국어 강사로 이름을 날리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싶다.”

수학여행길 대형참사의 희생자가 돼 버린 정성실양(15·부산 부일외국어고 독일어과 1년). 꿈 많은 여고생이었던 정양은 22쪽 분량의 노트에 남긴 ‘나 자신에 대한 보고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 ‘나의 고등학교 생활과 포부’ 등의 제목을 붙인 글을 통해 미래에 대한 꿈을 담담하게 서술했다.

‘내 대신 살아줄 사람은 없다’고 정한 좌우명에 따라 그는 열심히 공부하고 뛰놀면서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글을 이 노트에 남기기도 했다.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 중 첫번째로 가족을 꼽은 그는 공무원인 아버지(40)와 어머니(36), 남동생 2명과 함께 단란한 가정의 한 딸이었다. 그러나 “우선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만약 존재하지 않았을 때는 너무 너무 불행할 것”이라는 그의 글처럼 가족에게 그의 죽음은 너무나 큰 아픔이 되고 말았다.

다른 여고생들과 마찬가지로 만화와 인기가수의 음악을 좋아했던 그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 중 두번째로 꼽았던 ‘친구’와도 이제는 영원히 헤어졌다.

한편 정양의 영정 옆에는 이번 수학여행 기간 중 남자친구인 김모군(15·일어과 1년)이 한국민속촌에서 “추억의 여행이 되자”며 찍어준 한 장의 사진이 놓여 있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더욱 뜨겁게 하고 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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