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독극물방류 알고도 쉬쉬…"지난달 자체확인"

  • 입력 2000년 7월 14일 23시 34분


주한미군사령부는 2월 서울 용산기지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 ‘포름알데히드’를 한강에 무단 방류한 사실을 공식 시인했다. 주한미군은 녹색연합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인 지난달 자체 조사를 통해 그 사실을 확인했으면서도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한미군 발표〓주한미군 캐럴 슈미트 공보실장대리(예비역 소령·여)는 14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2월9일 포름알데히드 75.7ℓ(20갤런)가 용산기지내 하수도를 통해 단 한차례 폐기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후속조치가 취해졌다”고 밝혔다.

슈미트 공보실장대리는 ‘녹색연합의 문제 제기전 무단방류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사령부 차원이든, 주한미군 근무지원단 차원이든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무단 방류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을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방류된 포름알데히드 및 폐수는 용산 영내 하수처리장에서 1, 2차 폐수처리를 거쳐 난지도 하수처리장에서 종말처리돼 환경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한미군은 이번 사건을 유감으로 생각하며 한미 양국의 환경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책임자 처벌과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축소 의혹 및 군무원 진술〓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는 주한미군의 은폐 축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이날 확인한 포름알데히드 방류량은 녹색연합이 13일 주장한 방류량 228ℓ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당시 방류작업을 했던 주한미군 약품관리 군무원이 5월15일 작성한 진술서에 따르면 2월9일 미8군 영안실 건물 5498호에서 영안소 부책임자인 맥퍼랜드 민간 군속 참모가 시신방부처리용액(포름알데히드) 12온스(340g) 16온스(450g)들이 병 180개가 든 박스 15개를 주면서 “영안소 하수구에 버리라”고 명령했다는 것.

이 군무원은 지시를 받은 뒤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이므로 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으나 맥퍼랜드는 “시키는 대로 하란 말이야, 이 바보 같은 자식아”라며 지시에 따를 것을 강요했고 이 군무원은 “나는 바보가 아니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사건은 이 군무원이 상부에 몇 차례 보고했는데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자 제출한 진정서를 통해 5월15일 미8군 34사령부에 보고됐다. 그러나 7월10일 ‘물에 희석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장이 왔고 이에 격분한 군무원이 녹색연합에 제보함으로써 세간에 알려졌다.

녹색연합은 제보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볼 때 75ℓ들이를 한차례 방류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용산기지에서 2곳의 정화시설을 통해 정화했다는 것과 관련해 용산기지에 하수처리시설이 없다는 사실을 기지 근무자들의 제보를 통해 확인했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황유성·정용관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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