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엄대현검사 "생활고 시달려 사표"

  • 입력 2000년 7월 14일 18시 39분


“생활고에 시달려 검사직을 그만두려니 가슴이 아픕니다.”

서울지검 특수1부 엄대현(嚴大鉉·34)검사가 14일 생활고로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져 검찰 내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사의(辭意)를 거듭 만류하던 동료들도 “올라가는 전세금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엄검사의 솔직한 말에 눈시울을 붉히며 떠나보내기로 했다는 것.

한양대를 졸업하고 사시 31회에 합격한 그는 대전, 대구지검을 거쳐 지난해 서울지검 특수1부에 배치받았다.

그는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했고 최근엔 주가조작 수사를 전담하는 검찰 내에서 몇 안되는 ‘경제통’으로 조직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돈이 연관된 뇌물사건, 주가조작 사건 등에 파묻혀 살았으나 그 자신은 전셋집을 전전해야 하는 처지였다.

두 아이가 초등학생으로 성장해 내 집을 마련하려 했으나 방법이 없어 결국 변호사 개업을 하기로 했다.

서울지검 특수부의 한 검사는 “7, 8명의 부하직원과 한두 달씩 큰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식사비 조로 개인 돈을 쓰는 일이 다반사이다”며 “엄검사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