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인터뷰]국립의료원 근무 장지선씨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여러 병원을 돌다가 우리 응급실까지 온 환자들을 보며 너무 가슴 아팠어요.”

의료대란 기간에 국립의료원 응급실에서 일했던 ‘응급구조사’ 장지선씨(20·여)는 “그들에겐 몸이 아픈 것보다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마음의 상처’가 더 크고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광주보건대를 졸업한 장씨는 이 기간에 연수생 자격으로 하루 12시간씩 무보수로 근무했다.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밀려드는 119 구급차량에서 환자를 인도해 응급처치하고 의사에게 인도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장씨는 능숙하게 해냈다.

“끔찍하냐고요. 직업정신으로 하겠다는 마음만 가지면 다 할 수 있어요.” 가냘픈 체구에서 예상외의 야무진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 의료대란 현장에서 큰 역할을 했음에도 장씨는 간호사나 자원봉사자로 여겨질 정도로 ‘응급구조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크게 부족한 게 사실.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전국 2년제 보건대학 11곳에 응급구조학과가 개설돼 지금까지 1000여명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국립의료원에선 장씨를 포함, 5명이 12시간씩 맞교대 근무했다.

이들의 역할은 △재해사고 현장 및 병원에서의 응급처치 △적절한 치료기관으로의 환자 이송 △병원에서의 기도(氣道) 삽관과 같은 전문적 조치 등이다.

‘1급 응급구조사’ 자격을 가진 장씨는 앞으로 2년간 병원 경력을 쌓으면 ‘소방서 구급대원’ 자격을 얻게 된다.

“처음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일이 거칠잖아요. 그래도 사고현장에서 인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 흠뻑 반했어요.” 장씨는 이미 ‘험한 일’을 ‘매력’으로 승화시킨 것 같았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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