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응급실 지키는 8인의 레지던트

  • 입력 2000년 6월 22일 23시 46분


“어떤 상황이라도 응급실만은 정상 가동돼야 합니다.”

의사들의 집단폐업에도 불구하고 22일 서울중앙병원 응급실에서 위급 환자들을 돌보던 응급의학과 오병연(吳炳淵·33)전공의의 소신이다.

이 병원 전공의 620여명 중 96%가 사표를 내고 20일부터 폐업에 동참하고 있으나 오씨 등 응급의학과 소속 레지던트 8명은 계속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것.

“우리도 정부의 졸속 의약분업 방침에 반대합니다. 그러나 응급 환자까지 외면하는 것은 의사의 윤리와 정체성을 저버린다는 생각에 폐업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동료들의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었다. 이들 사이에서도 동참 여부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졌고 찬반 투표까지 벌였으나 4대4대로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선임자인 오씨의 결단에 따라 ‘폐업 불참’이 결정됐고 모두 비상근무에 나섰다. 다행히 동료 의사들이 ‘사퇴하지 않겠다’는 이들의 주장을 이해해 줘 심적 부담을 더는데 큰 도움이 됐다. 오씨는 “기왕 응급실에 남은 이상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문제가 잘 해결돼 하루 빨리 병원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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