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씨 장녀 한국행]극적 탈북…4년만에 '가족품에'

  • 입력 2000년 6월 20일 00시 47분


김경호(金慶鎬) 최현실씨 부부 일가족 17명이 96년 북한을 탈출한지 4년만에 북한에 남았던 장녀 명희씨 가족 4명도 한국땅을 밟음으로써 감격적인 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명희씨 가족이 북한을 벗어나 서울로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한다.

▽잔류 경위〓최현실씨는 재미교포 어머니의 지원으로 탈북을 준비하던 96년7월, 막내 성철씨 생일 때 자녀들에게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은 채 “9월에 꼭 친정으로 오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명희씨는 군부대의 외화벌이 승용차 운전사로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 때문에 친정에 올 수 없었다.

▽북한생활〓명희씨 남편은 지난해 1월 승용차를 팔고 중국으로 달아났다가 붙잡혔다. 병보석으로 풀려났으나 도망가려다 다시 붙잡혀 10년형을 선고받고 회령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지난해 4월 숨졌다. 명희씨는 청진검찰소에서 남편과 함께 조사를 받던 중 가족의 도움을 받기 위해 큰아들을 친정으로 보냈으나 모두 탈북한 뒤였다.

▽탈북〓지난해 7월 식량난을 견디지 못해 청진시 친지집에 두 자녀를 맡기고 장남 철과 함께 감자를 얻기위해 양강도 대홍단군으로 향했다. 명희씨는 그러나 도중에 “감자철이 아니다”는 말을 듣고 장남을 청진으로 돌려보내고 자신은 부모소식이라도 듣기 위해 두만강을 건넜다. 중국에 숨어있던 중 공안(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으나 “부모가 미국에 있으니 풀어주면 돈을 많이 주겠다”고 말해 풀려나기도 했다. 명희씨가 서울에 오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 달러를 보내주던 외할아버지가 서울의 ‘벧엘 의원’ 간판 옆에서 찍었던 옛 사진을 기억한 데 따른 것. 조선족의 도움으로 서울의 의사협회 등을 통해 힘들게 작은 외할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마침내 서울의 어머니와 통화하게 됐다.

▽대륙횡단〓명희씨는 조선족 밀무역꾼의 도움으로 북에 남아있던 자녀 3명을 중국으로 데려왔다. 이어 서울 가족의 도움으로 중국대륙을 건너 올 1월 제3국에 입국했다. 이곳에서 5개월간 어렵게 생활하다가 다시 6월초 인접국 공관의 도움으로 탈북 10개월만에 한국에 오게 됐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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