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60만시민 환호…환영물결 10여km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평양은 환영일색이었다.

순안공항 행사장은 물론이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일행이 공항에서 평양시내 중심부로 향하는 연도에는 온통 꽃을 든 군중의 물결이었다.

공항 환영객들 사이에선 “김대중, 김정일” 구호가 번갈아 터져나오기도 했으나, 연도에 나선 시민들은 진홍색과 분홍색의 조화(造花)를 흔들며 “만세, 만세” “김정일 김정일, 결사옹위 결사옹위”라는 두가지 구호를 일사불란하게 끊임없이 외쳤다.

10시 50분 순안공항을 떠난 김대통령일행은 백화원영빈관으로 가는 도중 11시 10분경 평양시 입구 연못동에서 잠시 정차, 이들 환영객과 잠시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연도의 환영인파가 얼마나 되는지의 문제가 남북의 두 정상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정일위원장은 백화원영빈관에서 김대통령과 환담하는 가운데 김용순노동당대남담당비서를 향해 “오늘 얼마나 나왔나”라고 물었고 김용순위원장이 “60만명가량인 것 같습니다”고 하자 “내가 보기에 40만 같던데”라고 언급했다. 북한의 방송들은 이날 인파가 60만명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박준영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60만, 40만명 얘기가 있으나 90년3월 장쩌민중국당총서기가 왔을 때 성대한 환영식을 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 안내원은 “평양시민들이 대부분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며 “남측의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하기 위한 자발적인 인파”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안내원은 “어제 김대통령이 오는 것으로 알고 공(허탕)을 쳤다”고 말해 전날에도 사람들이 나왔다가 되돌아간 일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안내원은 “위대하신 장군님이 여러분들을 따뜻하게 환영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며 “소감이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김대통령의 차량행렬은 시속 평균 30㎞ 정도로 달렸는데 연도의 환영인파가 꽃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는 장면은 11시 40분까지 무려 30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연도 중간 중간에는 학생들로 구성된 악대가 나와 행진곡 등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환영인파로 나온 시민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은 편이었으며 행렬이 지나갈 때는 더욱 큰 소리로 함성을 질렀다.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일부는 김대통령 일행이 있는 쪽으로 몸을 들이밀어 경호원들이 제지하기도 했다. 우리 대표단도 연도를 지날 때 환영인파들과 시선을 마주치려 노력했다.

공식 차량행렬이 끝나고 기자들이 탄 차량은 백화원영빈관으로 향한 본대와 분리돼 기자들의 숙소인 고려호텔로 향했는데, 이로 인해 환영행사를 마치고 집이나 직장으로 되돌아가는 평양시민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도 처음과 마찬가지로 반가운 표정으로 꽃이나 손을 흔들었지만 구호는 외치지 않았다.

한편 평양 시내 곳곳에는 ‘조선은 하나다’, ‘자주 평화 친선’ 등의 구호가 내걸려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알렸다. 또 대로변에는 인공기가 내걸린 모습도 보였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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