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둘째날 만찬때 문배주로 건배

  • 입력 2000년 6월 11일 19시 38분


우리의 전통술인 문배주가 남북평화를 위한 조그만 역할을 하게 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기간에 열리는 만찬에서 문배주를 건배주로 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1일 “김대통령이 주최하는 방북 둘째 날 저녁 만찬에 평양에서 유래한 우리 전통술 문배주를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배주는 북한 관리들에게 인기가 높아 선물용으로도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이를 위해 최근 문배주 470병을 구입해 이미 평양에 보냈다.

문배주는 원래 평양 주암산(酒岩山)에서 유래된 술. 현재 북한에서는 명맥이 끊겼지만 남한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86호)로 지정돼 있다. 재래식 소주의 일종으로 좁쌀 수수 누룩을 이용해 만들어지며 술이 익으면 배꽃 향이 난다고 해서 문배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문배주를 처음 맛본 것은 1990년 남북 총리급회담 때. 애주가로 알려진 연형묵(延亨默) 전 총리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만찬석상에서 이 술을 극찬한 이후 문배주는 북한 고위층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현대 정주영명예회장이 방북할 때도 매번 문배주를 선물로 가져갔다.

현대관계자는 “술맛을 본 김국방위원장이 문배주의 맛에 매료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문배주가 이처럼 북한 관리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들이 서양술을 의식적으로 기피하는 데다 북한의 전통술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 북한측은 한때 평양일대에 남북 합작으로 문배주 공장을 세우자고 제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배주 이기춘사장은 “북한에 연고가 있는 우리 전통술이 남북 정상 간의 건배주로 사용되게 돼 아주 기쁘다”며 “문배주가 남북의 통일을 앞당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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