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사태]美, 폭격훈련 재개…주민들 맨몸 항의

  • 입력 2000년 6월 2일 19시 34분


주한미군 농섬사격장 주민 피해에 대한 한미합동조사단의 조사기간 중 중단됐던 미 공군의 사격이 2일 재개되자 주민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날 오전 11시 55분경 경기 화성군 매향리 미 공군 사격장. ‘쐐액 꽈르릉….’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낮게 뜬 A10기 등 미 공군 폭격기 10여대가 고막을 찢을 정도의 굉음을 내며 10여분간 선회한 후 마을 상공에 멈춘 채 곧바로 해상사격장인 농섬을 향해 일제히 불꽃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어 2, 3Km 떨어진 농섬에서는 포탄이 터지면서 요란한 소음과 함께 하얀 연기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이른 아침부터 사격장 인근에 모여들어 불안한 기색으로 지켜보던 주민들은 순간 몸을 떨며 허리를 낮추어야 했다.

사격이 개시된 지 5분 후. 매향리 주민피해대책위원회 전만규(全晩奎·44)위원장이 갑자기 대책위 사무실 앞 사격장 울타리에 달려들어 철조망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이어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가세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사격장 외곽에 배치돼 있던 경찰 5개 중대 병력이 저지에 나섰다. 이어 몸싸움과 함께 난투극이 벌어졌다.

전위원장이 이 틈을 이용해 사격장 안으로 들어가 게양돼 있던 주황색 사격예고 깃발을 끌어내린 뒤 찢어버렸다. 그는 곧바로 경찰에 연행돼 조사받았다.

이에 앞서 주민피해대책위원회, 불평등 한미행정협정 개정 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갖고 적극적인 사격장 철폐투쟁에 돌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주민피해대책위는 “‘사격장 피해가 없다’는 합동조사단의 발표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앞으로 모든 역량을 사격장 폐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 “주민피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5일 120개 시민 학생단체들과 연대해 특별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킨 뒤 6일 1만여명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사격장 점거 및 철거투쟁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매향1, 5리 이주대책위(위원장 신현덕·申賢德·49)는 이와 별도로 7일 오전 11시 마을회관에서 국방부와 공청회를 열어 이주대책을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남경현·이동영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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