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교통선진국]곳곳에 급커브…'조마조마' 운전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28분


‘오늘도 무사히’. 회사원 김선호씨(34)의 별명같지 않은 별명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그의 출근길은 사선을 넘나드는 기분이 들 정도로 위험하다. 집을 나서 직장이 있는 서울 강동구 암사동으로 가려면 탄천 뚝방길을 거쳐 올림픽도로를 타야 하는데 올림픽도로에 진입하는 게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합류도로 진입구간 짧아 '타이밍 포착'에 식은땀▼

무엇보다 진입구간이 짧아 속도를 높여 차로로 끼어들 타이밍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구간이 최소 100m 정도는 돼야 하는데 이곳은 기껏해야 40∼50m 밖에 안된다. 또 끼어들기를 하려면 시야가 충분해야 하는데 나무숲에 가려 어느 정도 진입구간을 달려야 겨우 왼쪽에서 오는 차량을 볼 수 있을 정도다.

김씨는 이 ‘마의 구간’을 지날 때마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른다. 매일 아침 회사에 도착한 김씨가 동료에게 던지는 한마디. “여러분, 나 오늘도 무사했어요∼.”

도로는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시공의 편이성과 비용 절감을 지나치게 고려해서인지는 몰라도 운전자의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이상한 도로 구조가 많다.

서울 강변북로를 따라 동쪽으로 가다보면 강남으로 건너가는 한강다리 진입로가 1차로쪽에 만들어져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교량 진입로는 도로 오른쪽에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상식에 근거해 길 오른쪽을 따라 가던 운전자는 아차하는 순간 진입로를 놓쳐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또 차량들이 가장 빨리 달려야 할 1차로가 교량 진입을 위해 늘어선 차량들로 인해 체증을 빚기 일쑤다.

도로의 커브 부분은 바깥쪽이 안쪽보다 높도록 편경사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다. 원심력에 의한 차량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배수 등의 이유로 거꾸로 편경사를 줘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도로도 적지 않다.

커브길의 곡선반경이 규정보다 짧게 만들어져 있어 사고를 야기하는 곳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강변북로를 타고 동호대교에서 성수대교 방향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동부간선도로 진입램프. 이 곳은 커브를 돌면 돌수록 곡선반경이 짧아지는 이른바 ‘크로소이드 곡선형’으로 최대 곡선반경이 64m에 불과하다. 제한속도가 시속 80㎞일 경우 최대 곡선반경은 250m 이상이어야 한다는 법 규정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짧은 셈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임평남소장은 “커브구간은 제한속도 이내로 달릴 경우 속도를 줄이지 않고 또 처음 핸들을 꺽은 각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커브 곡선반경 작아 위험…고속도 운전자80% '불안'▼

97년 경찰청 조사결과 만성적인 교통정체를 빚거나 1년에 10건 이상 사고가 나는 ‘교통사고 다발지역’은 전국에서 634곳. 이 가운데 도로 구조에 문제가 있는 곳이 절반이 넘는 53.6%를 차지하고 있다.

97년 1년간 충남지역에서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도로는 아산시 신창면 순천향대 앞길. 도로가 S자 형태로 구부러진데다 언덕으로 이뤄져 있어 아산에서 예산 쪽으로 가는 운전자들이 언덕을 넘기 전에는 우측 휴게소에서 도로로 진입하는 차를 볼 수 없어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통문화운동본부가 최근 전국의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1.5%가 고속도로 운전에 불안을 느끼며 이 중 16%는 커브구간 등 도로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 박용훈(朴用薰)대표는 “당국은 정기적으로 도로의 선형이나 각종 안전시설을 진단해 문제가 있으면 즉각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자문위원단(가나다순)〓내남정(손해보험협회 이사)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유광희(경찰청 교통심의관)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지광식(건설교통부 수송심의관)

▽특별취재팀〓이진녕(기획취재팀·팀장) 송상근(이슈부) 구자룡(경제부) 서정보(문화부) 이호갑(이슈부) 전승훈(정치부) 이헌진(기획취재팀 기자)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해동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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