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연대 르포]江原산불 생태계 살리기 복원―造林 병행

  • 입력 2000년 5월 12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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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에서 내려다 본 강원 영동의 산불 피해 현장은 ‘생명의 색깔’이 없는 민둥산 그 자체였다.

최악의 화마(火魔)가 휩쓸고 지나간 지 한달 며칠이 지났지만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은 군데군데 불길이 피해간 초록색 나무숲이 간간히 눈에 띄었을 뿐 전체가 검게 타버린 앙상한 나무숲과 맨땅의 누런 속살을 드러내며 오월의 싱그러움을 비켜가고 있었다. ‘백두대간에 새 생명을’ 캠페인과 함께 산불지역에 대한 올바른 대책 마련을 모색하고 있는 동아일보는 시민단체와 정부기관 관계자, 전문가 등과 함께 ‘동해안 산불피해 복원 시민연대’를 구성해 12일 산불 피해 현장을 돌아봤다.

헬기에서 내려다 본 고성군 산불피해 현장. 96년에 이어 다시 피해를 본 이 곳은 말 그대로 처참한 민둥산의 몰골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조림된 소나무는 대부분 타죽었다. 수관화(樹冠火)로 인해 나무 꼭대기까지 타서 전체가 숯 검댕으로 변해 있는 곳이 많았다. 토양도 모래가 많아 나무의 영양분인 유기물이 거의 없어 보였다. 불에 의해 바위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도 목격됐다.

그러나 이런 척박한 토양 속에서도 간혹 풀이 싹을 내밀며 힘차게 자라고 있는 것이 보여 생명의 신비와 끈질김에 경외감마저 들게 했다.

임업연구원 김석권(金錫權)연구관은 “토양에 유기물이 없어지고 간혹 싹이 자라더라도 흙이 흘러내리기 때문에 나무가 자라고 숲을 이루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우선 홍수에 대비해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다시 헬기로 피해가 가장 극심한 곳중 하나인 삼척시 원덕읍으로 이동했다. 고성군과 비슷한 민둥산이 길게 뻗쳐 있었고 군데군데 타다 만 허연 봉분이 눈에 들어왔다. 함께 탑승한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전영우(全瑛宇)교수는 “소나무는 대부분 탔고 불에 강한 굴참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등에서만 움이 돋고 있다”고 말했다. 비라도 내리면 토사가 그대로 산 아래로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불은 해변에까지 미쳤다. 해변으로 올라가 보니 시커먼 숯으로 변한 소나무 아카시아나무 등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뿌리를 박고는 있지만 2년 안에 50%, 3년 안에 90% 이상이 쓰러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그런 와중에도 간혹 움을 틔우는 나무들이 보였는데 주변의 고사한 나무들에 비하면 아직은 너무 왜소해 보였다.

그런 와중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무당개구리 다람쥐 등 동물의 모습이 간혹 눈에 띄었다.

현장을 둘러본 뒤 회의를 가진 시민연대 운영위원들은 피해정도에 따라 자연복원과 인공조림을 적절히 배합하는 복구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면서도 강조점은 약간 달랐다.

임업전문가들은 토양을 안정시키기 위한 응급복구와 경제림 내화수림 소나무류 등의 적절한 조림을 강조했다. 환경연합 최열(崔冽)사무총장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인공조림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연복원이 가능한 곳은 최대한 자연의 힘에 맡기고 인공조림을 하더라도 이 지역의 토양과 기후에 맞는 나무를 엄선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시민연대는 산림청과 함께 15일부터 산불피해 지역 정밀조사를 실시, 6월 장마에 대비한 응급대책 및 장기복구대책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다.

<고성·강릉〓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동해안 산불피해 복원 시민연대 운영위원 명단

△최 열 환경연합 사무총장 △김재범 그린훼밀리운동연합 사무총장 △윤여창 서울대 임학과 교수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김갑태 상지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전영우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조연환 산림청 사유림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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