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위헌' 찬반양론 설전…憲裁결정 항의 빗발쳐

  • 입력 2000년 4월 28일 19시 34분


“유전(有錢) 과외, 무전(無錢) 피멍.”(27일 이모씨)

과외금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27, 28일 헌재 사무실엔 비판과 항의전화가 빗발친 가운데 헌재 홈페이지(www.ccourt.go.kr)에선 찬반양론을 놓고 불꽃튀는 ‘설전(舌戰)’이 벌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특히 과외전면 허용으로 공교육이 학원보조기관으로 전락, 심각한 공동화현상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며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근본대책으로 학교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사지에 몰린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선 교육재정의 획기적 확충과 다양한 수준별 교육 등 교육내용 개선, 대학입시제도의 개편 등 총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憲裁에 항의전화 빗발"

▽헌재 홈페이지의 설전〓27일 과외금지에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지자 28일까지 ‘의견과 질문’란에는 찬성과 반대를 외치는 네티즌의 글이 100여건이나 올라왔다.

“중학교 시절 일요일이었습니다. 부모님과 논밭 일을 마칠 때까지 못했던 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버지 저 돈 300…원…만…주세요.’ 결국 돈의 디귿 자도 못 꺼내고 털레털레 2시간을 걸어 자취방으로 돌아왔습니다.”(28일 농부의 아들)

가난한 부모에게 과외시켜 달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한 어린 학생의 마음을 ‘농부의 아들’은 서정적인 문구로 표현했다.

이밖에 사이버 공간을 뜨겁게 달군 반대론의 대부분은 이번 결정이 ‘가진 자’만을 위한, 또 ‘법리’에만 치중해 우리의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비난이었다.

“재판관들이야 변호사로 일하면서… 과외 돈은 돈도 아니겠지만 내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다.”(27일 이모씨)

“헌재의 재판관 나리들, 묻고 싶습니다. 학교 교육이 엉망이 돼버린 작금에, 과외금지가 불법이라면 불난 강원도 백두대간에 헬기로 휘발유를 뿌리는 격이 아닌가요.”(28일 김모씨)

‘나도 현직교사’라는 네티즌은 ‘국보법은 합헌? 과외금지는 위헌?’이라는 글을 통해 헌재가 어떤 때는 ‘정치적’ 결정을 하고 어떤 때는 ‘법리적’ 결정을 하는 것이냐고 꼬집으며 “이번 결정에 대해 위헌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헌재의 결정을 찬성하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고모씨는 28일 “헌재 결정은 국민의 기본권을 마음대로 제한한 법률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라며 “헌재가 아니라 입법자와 교육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모씨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가 못하는 것들은 걸핏하면 ‘위화감 조성’이라며 흥분하는데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충고했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 9명도 결정 직전까지 유사한 논쟁을 계속한 만큼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라며 “다만 맹목적인 비방은 삭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과외강사 되고 싶다" 문의 쇄도

▽과외시장 동향〓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 위헌 결정 이후 학부모들에게 과외교사를 알선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과외 중개업체들에 “과외강사로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는 일반인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97년부터 컴퓨터통신을 통해 1만여명의 대학생, 대학원생 과외교사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J교육정보에는 이날 하루 동안에만 회원가입을 희망하는 전화가 10여건 걸려왔다.

회사관계자는 “전화를 건 사람은 대부분 일반인”이라며 “과외가 허용된 만큼 이제부터는 일반인도 회원으로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 사이트를 개설하고 있는 한 과외 알선업체에도 “그동안 한명당 80만원 가량 받고 과외를 해 왔는데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느냐”는 학원 강사를 비롯해 이날 과외교사로 일하고 싶다는 전화문의가 5, 6건 가량 접수됐다.

지난해 6월 영업을 시작했다가 현재 서비스를 중단한 H업체는 “이번 과외금지 해제 조치로 과외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대학생보다는 학원강사 등 일반인 중심으로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성철·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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