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公 '담배소송 牛步작전' 논란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9분


흡연피해자들이 낸 담배소송의 피고측인 한국 담배인삼공사의 ‘지연 소송’ 전략이 법조계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담배인삼공사는 6차 심리를 하루 앞둔 19일 ‘두번째’ 자료인 14쪽짜리 준비 서면을 재판부인 서울지법 민사합의 13부에 제출했다. 공사측이 그동안 제출한 것은 소송 시작 6개월 동안 고작 2쪽짜리 해명서가 전부.

공사측은 소송에서 질 경우 막대한 손해배상금이 사실상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 소송 준비 과정에 잔뜩 촉각을 세워 왔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담배인삼공사가 많은 흡연자가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공적(公的) 소송’을 놓고 미국의 민영 담배회사가 택한 늑장 대응 전략을 답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한 담배 전매사업 과정에서의 잘잘못을 가리는데 지나치게 방어 일변도로 나오는 것이 온당하지 않다는 논리에 근거를 둔 견해.

미국 민영 담배회사들은 소송 장기화에 지친 흡연 피해자 및 유족들과 ‘담배회사는 잘못이 없지만 금연 캠페인 비용이나 위로금 명목 등으로 돈을 지불한다’는 식의 타협을 해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

원고측 최재천(崔載千)변호사는 “민사소송법상 피고도 자기 방어의 권리가 있지만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성실한 자료 제출을 통해 진실을 가려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변호사는 “98년 5월 시작된 담배소송이 진행중인 일본에서도 12차례 재판이 이어지면서 일본담배산업(JT)의 서류 제출 지연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공사측은 “소송은 담배의 해악성 및 공사의 위험 고지 여부 등을 일일이 가려야 하는 등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며 “재판을 지연시킨 뒤 적당히 합의한다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박교선(朴敎善)변호사는 “원고측이 오히려 ‘담배라는 것이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스스로 잘못을 이실직고하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정치 캠페인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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