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위증사건 첫공판]정일순씨 혐의 대부분 시인

  • 입력 2000년 4월 14일 19시 08분


‘옷 로비’ 위증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14일 오후 서울지법 311호 법정에서 형사23부(재판장 김대휘·金大彙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상대적으로 위증혐의가 가벼운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는 검찰 신문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시인했고 위증 혐의와 함께 옷값 대납을 요구한 혐의(변호사법 위반)까지 받고 있는 배정숙(裵貞淑)씨는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문제의 호피무늬 반코트’의 배달 및 반환 날짜 등을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는 “국회 청문회에서 ‘전 신동아그룹 부회장 박시언씨의 부인을 모른다’고 한 것이 유일한 위증(僞證)”이라고 진술했다.

연씨는 위증한 이유에 대해 “당시 질의한 국회의원이 내게 ‘당신이 2억원 어치의 옷을 구입한 것을 박시언씨 부인이 다 알고 있는데 박씨 부인을 아느냐’고 물어와서 ‘모른다’고 해야 괜한 오해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랬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씨는 “기억이 잘 안나고 고객인 연씨를 보호하기 위해 코트 배달 및 반환 날짜 등에 대해 위증하게 됐다. 정말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호피무늬 반코트 반환날짜에 대한 판매장부 조작’ 시비와 관련해 정씨는 “지난해 1월 사모님(연씨)이 가게로 일찍 오셔서 (장부 조작을) 부탁하기에 원하는 대로 해드렸다”고 진술했으나 연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따라 정씨와 연씨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도 이번 사건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국회 청문회장에서 함께 자리를 한 뒤 8개월만에 법정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이들 세 사람은 서로 눈길도 주지 않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배씨가 “98년 12월 18일 라스포사에 간 일도 없고 옷값 대납을 이형자씨(李馨子)에게 요구한 적도 없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자 옆에 앉아 있던 정씨가 “사실대로 말해요”라며 말을 가로막다가 재판장과 변호인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연씨는 검찰 신문에서 “지금도 밍크코트를 배달받은 날이 98년 12월 19일인지 12월 26일인지 기억이 안 난다. 나는 기억이 안 나는데 남들이 그렇다고 해서 12월 26일로 진술했다”며 불명확한 진술로 일관했다.

연씨는 특히 사직동팀 조사에서 코트 반환일을 1월 8일로 진술한 것에 대해 “당시 기억이 안나 정황으로 추측하다 보니 그렇게 진술했고 나중에 운전사의 말을 들으니 1월 5일이 맞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들 3명에 대한 공판이 끝난 뒤인 오후 4시 반경부터는 이형자씨 자매의 위증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려 검찰 및 변호인 신문이 이어졌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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