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투표일은 놀기 좋은 날?…당일 행락지 예약 만원

  • 입력 2000년 4월 11일 18시 38분


‘총선 투표일은 놀기 좋은 날?’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투표일인 13일 참정권 행사를 포기하고 야외에서 행락을 즐길 것으로 보여 ‘총선 사상 최악’의 투표율이 우려된다.

때마침 진달래 개나리 철쭉 목련 등 봄꽃이 한창 피어나는데다 투표일이 ‘평일’이어서 주말 행락인파를 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봄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

▼산으로 들로 인파 몰릴듯▼

11일 현재 경기 양평과 대성리 등지의 민박시설의 경우 대부분 12∼13일 예약률이 50%를 웃돌고 있다. 예약객은 학생과 직장인이 주류다.

10여개의 방을 갖추고 있는 경기 가평의 J민박집은 이날까지 5개의 방이 예약됐고 20명 안팎이 묵을 수 있는 큰방도 2개나 나갔다. 예약문의도 하루 수십건에 이를 정도.

대성리 T민박집도 상황이 비슷해 방 6개 중 3개가 예약됐으며 예약객 중에는 20여명의 직장인팀도 포함돼 있다.

방 13개 가운데 6개의 예약이 끝난 강촌 E민박집의 경우 D대에서 70명, J대에서 30명, I대에서 30명 등 130여명의 대학생이 12∼13일에 묵기로 했다.

▼서울~제주 항공권 이미 매진▼

민박집 주인들은 “다음주부터 대부분의 대학에서 중간고사가 실시되기 때문에 손님이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뜻밖”이라며 “투표 당일 오는 손님들까지 합칠 경우 남는 방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장의 경우 2, 3주 전에 이미 예약률이 100%를 기록해 추가예약이 불가능한 상태. 서울 근교의 N골프장, 경기 성남시 N골프장, 고양시 H골프장의 경우 2주 전에 모든 예약이 끝났는데 계속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평일에는 자리가 일부 남는 편인데 투표일에는 여느 휴일과 다름없이 예약이 일찍 끝났다”고 밝혔다.

항공권과 열차표 예약률도 웬만한 연휴의 상황을 방불케 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서울∼제주 노선, 부산∼제주 노선의 경우 행락객들로 이미 전좌석이 매진됐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떠나는 춘천행 열차도 13일 오전 6시반 통일호를 빼고 오전시간대 열차 대부분이 입석표까지 매진된 상태며 오전 11시반 통일호열차 등 일부 입석표가 남은 열차도 12일 중으로 매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16대 총선의 투표율은 ‘사상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관위 "투표율 60% 밑돌수도"▼

역대 총선 투표율은 12대 84.6%를 기록한 이후 13대 75.8%, 14대 71.9%, 15대 63.9%로 줄곧 내리막.

그러나 이번에는 60%선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선관위측의 안타까운 관측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 특별한 쟁점이 없고 일부 후보들의 과열 혼탁 열기로 인해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투표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을 어떻게 투표장으로 유인할지 비상이 걸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투표 당일 친구들과 함께 서울 외곽으로 야유회를 가기로 했다는 정모씨(30·회사원)는 “투표하지 않고 놀러간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누가 당선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 때문에 크게 미안하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상훈·민동용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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