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100명 환경소송 낸다…새만금개발 중단 요구

  • 입력 2000년 2월 29일 19시 38분


생후 40일 된 아기와 어린이 등 18세 미만의 청소년 100여명이 미래세대의 환경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처음으로 제기한다.

새만금 물막이공사가 진행 중인 전북 김제 부안 지역과 서울 대전 광주 등지에서 모인 초중고생 50여명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새만금 개펄지킴이 미래세대 100명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간척사업은 미래세대가 풍요로운 자연에서 생활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대규모 원고인단과 후원인을 모집해 5월5일 어린이날 집단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어른들은 자신만 편하게 살려고 새만금개펄 등 평화로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어른들이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공사를 계속한다면 우리 몫을 남겨달라고 판사님들께 호소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집단적으로 정부의 개발사업에 맞서 환경소송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의 경우 필리핀 생태네트워크가 모집한 청소년들이 90년 3월 천연열대림의 무분별한 벌목으로 미래세대의 환경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벌목금지 집단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이들은 5월5일 ‘미래세대 소송단 출범식’을 가진 뒤 박오순(朴五淳)변호사 등 3명의 소송대리인을 내세워 농림부와 건설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은 91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현재 물막이 방조제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11년 공사가 끝나면 모두 2만㏊의 개펄이 매립된다.

이들의 소송작업을 돕고 있는 녹색연합의 김제남사무처장은 “람사협약과 생물종다양성협약 등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보장하는 국제환경협약에 어긋나는 새만금물막이공사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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